여자축구에서 또 한 명의 ‘월드스타’ 탄생이 예고되고 있다.
‘제2의 지소연’으로 각광 받고 있는 여민지(17ㆍ함안대산고)가 첫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무대에서 자신의 재능을 맘껏 뽐내고 있다. 한국의 주전 공격수 여민지는 6일(한국시간) 트리니다드 토바고 스카버러의 드와이트요크 경기장에서 열린 2010 FIFA 17세 이하 여자월드컵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본선 첫 경기에서 전반 37분과 후반 11분에 잇달아 골을 터트리며 3-1 승리를 주도했다. 첫 승을 거둔 한국은 9일 멕시코와 2차전을 승리로 장식한다면 8강 진출을 사실상 확정 짓게 된다.
세계 정복을 향한 ‘태극낭자’들의 첫 향해는 여민지를 위한 무대였다. 오른 무릎 십자인대 부상 여파 탓에 그 동안 정상적인 훈련을 하지 못한 여민지는 60~70%의 컨디션으로 세계무대에 나섰다.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 최덕주 대표팀 감독은 여민지의 회복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선발 명단에서 빠진 여민지는 경기 흐름이 좋지 않자 전반 26분 이유나(강일여고)를 대신해 전격 투입됐다. 민첩한 움직임으로 분위기를 바꾼 그는 투입된 지 11분 만에 선제골을 터트렸다. 그는 측면에서 올라온 김아름의 크로스를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한국이 후반 7분 동점골을 허용한 이후에 또다시 여민지의 해결사 본능은 번쩍였다. 여민지는 4분 뒤 김다혜가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올린 공을 문전에서 수비수의 마크를 뿌리친 뒤 이어 받아 왼발 슛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한국은 후반 32분 신담영의 쐐기골로 남아공의 추격을 따돌렸다.
최덕주 감독은 “후반전에 여민지를 투입하려 했는데 초반 페이스가 너무 좋지 않아 여민지를 일찍 투입했다. 여민지의 투입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밝혔다. 올 1월 A대표팀의 미국 전지훈련 명단에도 포함될 만큼 될 성 부른 떡잎으로 꼽히고 있는 여민지는 2년 전 아쉬움을 만회했다. 여민지는 2008년 17세 이하 월드컵 명단에 포함됐지만 ‘언니’ 지소연(한양여대)과 이현영(여주대) 등에 밀려 단 한 차례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하지만 2년 지난 뒤 대표팀 에이스로 우뚝 선 그는 FIFA 본선무대에서 2골을 몰아치며 새로운 스타탄생을 알리고 있다.
지난해 16세 이하 아시아선수권에서 10골을 몰아치는 괴력으로 득점왕에 오른 여민지는 벌써 2골을 넣어 태극낭자의 17세 이하 월드컵 최다골(이현영 3골) 기록에 근접했다. 여민지는 “부상 이후 제대로 뛴 첫 경기라 호흡이 힘들었지만 오늘 경기를 잘 치러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 독일을 만나게 되는데 독일을 이겨서 20세 언니들을 위한 설욕을 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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