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친어머니는 아니지만 10년을 쌓은 모녀(母女)의 정이 가정폭력으로 막을 내릴 처지에 놓였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강모(38)씨는 2000년 5월부터 당시 네 살이던 A(14)양을 친딸처럼 키웠다. A양의 아버지는 아이를 맡기면서 다달이 보내던 양육비 50만원과 안부를 묻던 연락을 5년 뒤부터 끊었지만 강씨는 개의치 않았다. A양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진학한 뒤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가출을 일삼은데다 물건을 훔치는 등 말썽을 부려도 강씨는 여전히 A양을 딸처럼 여겼다.
그러나 둘의 관계는 서서히 균열이 생겼다. 온갖 집안 일과 어린이집 일을 시키는 강씨의 태도와 폭력을 동원한 훈육방법에 A양의 불만이 쌓여갔다. 심지어 강씨는 3월 “스타킹을 따로 구분해 빨지 않았다”는 이유로 A양의 머리채를 잡고 벽에 찧고, “쌀을 씻어놓지 않았다”며 의자로 A양을 때렸다.
A양은 결국 담임교사에게 상담을 요청했고, 담임교사가 이를 관계기관에 신고하면서 강씨의 행동은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게 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3단독 이화용 판사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아동교육 전문가임에도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의 A양을 학대하는 등 엄벌이 마땅해 징역형을 선고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유 없이 학대한 게 아니라 일상생활의 잘못을 꾸짖는 차원에서 체벌을 했고, 친자녀가 잘못을 저지른 때와 같게 체벌한 점을 보면 차별대우한 건 아닌 것으로 판단해 형 집행을 유예한다”고 덧붙였다.
검찰(A양측)과 강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