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보다 더 강할 순 없다’
현역 군인 3부자가 철인3종경기에 함께 출전했다. 5일 전남 영암군에서 전남도와 국민생활체육철인3종경기연합회 주최로 열린 국제마이티맨대회에 참가한 이재범(54) 원사와 아들 수호(28) 권수(26) 중사가 그들이다. 수영 3.8㎞, 사이클 182㎞, 마라톤 42.195㎞를 차례로 완주해야 하는 철인3종경기 풀코스에 현역 군인 가족 3명이 동시에 출전한 것은 처음이다.
육군55사단에 근무하는 아버지 이 원사는 자타가 인정하는 강철 체력의 소유자. 이 원사는 5월 군 체력측정에서 전 종목 특급 판정을 받았고, 특히 3㎞ 달리기의 경우 특급의 기준인 14분 45초보다 한참 앞선 10분 30초에 마쳐 함께 체력측정에 나섰던 20, 30대 젊은 군 간부들을 경악하게 했다.
이 원사의 체력은 오랜 기간 노력의 결실이다. 1990년 특전사 1공수여단에서 현재의 부대로 보직을 옮긴 후 매일 10㎞ 구보와 근력ㆍ지구력 강화운동을 꾸준히 해 왔다. 그동안 각종 마라톤대회에 출전해 풀코스를 30회 넘게 완주한 경력도 있다.
“강한 군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강한 체력이 무엇보다 중요하잖아요. 그러려면 제가 먼저 부대원들에게 모범을 보여야죠. 몸무게 110㎏으로 입대한 중대원과 함께 여러 운동을 해 3개월 만에 20㎏ 감량시킨 적도 있어요. 몸도 만들고 군 생활에도 애착을 가졌으니 이거야말로 일석이조 아니겠어요.”
이 원사는 2001년부터 체력의 한계에 도전하는 철인3종경기에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한두 달에 한 번 꼴로 자신의 나이 또래가 참가하는 시니어대회에 꼬박꼬박 출전했고, 6월에 국민생활체육철인3종경기연합회 주최로 열린 5회 국제철인3종경기 하프코스 50대 부문에서는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부전자전이라고 했던가.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보던 두 아들도 2007년부터 철인3종경기 하프코스에 출전하기 시작했다. 그간 이들 세 부자가 각종 대회에서 받은 메달은 이 원사 20개, 큰 아들 10개, 작은 아들 5개 등 총 35개에 달한다. 큰 아들 수호 중사는 “아버지께서 13년간 몸담았던 1공수여단에 동생과 같이 근무하고 있는데 우리도 체력이라면 자신 있죠. 하지만 아버지를 따라가려면 어휴, 아직은 먼 것 같아요”라며 멋적게 웃었다.
세 부자는 3개월 전 “이제 함께 출발선에 서 보자”고 의기투합했다. 하프코스가 아닌 풀코스 도전이라는 목표도 세웠다. 그리고는 새벽에는 수영, 일과 후에는 마라톤, 주말에는 사이클을 반복하는 지옥 훈련을 했다. 작은 아들 권수 중사는 “이번 여름이 무지 더웠잖아요. 심장이 터질 듯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아버지와 형과 함께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면서 힘든 훈련을 이겨낼 수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이날 세 부자는 모두 경기를 완주했다. 이 원사는 11시간 41분으로 50대전반 연령대에서 5위, 큰 아들과 작은 아들은 각각 11시간 35분과 11시간의 기록으로 20대후반 연령대에서 3위와 2위를 차지했다. 이 원사는 경기 후 “저를 보면서 군인의 꿈을 품고 특전사 부사관이 된 두 아들과 함께 경기에 출전하고 완주까지 하게 돼 고맙고 대견하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