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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스마트'에 새로운 뜻 더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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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스마트'에 새로운 뜻 더하기

입력
2010.09.05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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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나 알아맞히기를 뜻하는 영어 단어 '퀴즈(quiz)'는 독특한 사연을 담고 있다. 1791년 아일랜드 더블린의 극장 매니저 제임스 댈리는 친구들과 전혀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24시간 내에 퍼뜨릴 수 있는지를 놓고 엉뚱한 내기를 걸었다. 댈리는 그 날 밤 동네 꼬마들에게 푼돈을 쥐어주고 더블린 시내 담벼락마다 자신이 만들어낸 네 글자짜리 새 단어 q-u-i-z를 분필로 쓰게 했다.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깬 더블린 시민들은 도처에 휘갈겨 써진 정체 모를 낙서에 눈이 휘둥그레졌고, 아무도 뜻을 알 리 없었기에 '수수께끼'라는 뜻이 붙게 됐다.

우리가 개발 중인 신개념 원전

'퀴즈'의 어원에 대해 이설이 있긴 하지만 현재까지는 집단 구전이 아닌 특정한 개인의 순수 창작으로 탄생한 유일한 영어 단어로 인정받고 있다. 영어는 지구 상에 존재하는 2,700여 개 언어 중에서 단연 가장 방대한 어휘를 자랑한다. 최대 영어 사전인 에는 약 60만 단어가 수록돼 있는데, 독일어 사전의 어휘가 대략 20만 단어, 프랑스어 사전이 10만 단어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세계 모든 나라의 언어와 문화가 녹아드는 세계어의 위상 때문인데, 우리말 중에서도 '한글' '막걸리' '온돌' '태권도' '김치' 등 12개 단어가 1992년 발간 에 수록돼 있다.

미국이 세계의 정치, 경제, 세계, 문화를 선도하면서 영어 단어는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다. 언어학자들은 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단어만 해도 족히 50만 개는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 대부분은 과학기술 용어들이다.

대표적인 예가 요즘 뉴스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스마트폰이다. 이나 이 다음 개정판을 낼 때는 틀림없이 스마트폰이 새로운 단어로 등재될 것이다. 새로운 영어 단어로 등재된다는 것은 곧 동시대를 사는 세계인으로부터 정치와 경제, 과학과 문화의 중심으로 공인 받는 것에 다름 아니다.

우리 원자력계는 스마트폰처럼 '스마트'에 새로운 의미를 더하려 하고 있다. 'SMART'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 중인 신개념 중소형 원전의 영어 약자이다. 'SMART'는 대형 상용 원전과 달리 중요 부품과 배관을 하나의 용기에 집어넣은 '중소형 일체형 원자로'라는 뜻을 담고 있지만, 한 개의 원자로로 전기를 만드는 것은 물론 바닷물을 민물로 바꾸거나 지역난방을 하는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똑똑한 원자로'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1997년 처음 스마트 개발을 시작할 때만 해도 전혀 주목 받지 못했지만, 주요 원자력 선진국들이 개발 중인 중소형 원전 중에서도 개발이 가장 앞서 있다는 점이 널리 알려지면서 이제는 국제 회의나 전시에 나가서 '스마트'라고만 하면 대번에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졌다.

'SMART'는 2011년 말 인허가 획득을 목표로 현재 개발의 막바지 단계를 밟고 있다. 세계 원자력 발전 시장을 석권해온 미국 웨스팅하우스 등도 중소형 원전 개발을 서두르고 있지만, 우리 계획에 차질이 없다면 새롭게 열리는 중소형 원전 세계 시장에 SMART가 가장 먼저 상품으로 출시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원자력 시장 선도했으면

이는 350조 원 규모로 예상되는 중소형 원전 시장 선점과 함께 대-중-소 원자로 수출 라인업의 완성을 의미한다. 지난해 말 요르단에 수출한 소형 연구용 원자로, UAE에 수출한 대형 상용 원전에 이어 그 틈새를 메울 중소형 원전 시장에 먼저 발을 내디딘다면 세계 원자력 시장을 선도하는 원자력 수출 강국은 꿈이 아닌 현실이 될 것이다.

에 'SMART. 명사. 전력 생산과 해수담수화, 지역난방 등이 동시에 가능한 신개념 중소형 원전. 한국이 개발함.'이라는 한 줄이 추가되는 날을 위해 지금도 우리 원자력계의 많은 연구자들은 더위를 잊고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양명승 한국원자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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