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메콩강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아직은 낙후된 지역, 그러나 성장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이 지역의 경제권을 놓고 아시아 주요국들의 정부와 기업들이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이미 교두보를 확보한 상황. 중국 이후 새로운 성장거점을 찾아야 할 우리로선, 이미 한 박자 늦은 상태다. 우리 정부도 이제야 메콩강의 중요성을 깨닫고, 경제협력확대 및 진출기업지원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왜 메콩강인가
티베트에서 발원한 메콩강은 중국과 인도차이나 반도를 관통해 남지나해로 흘러가는 국제하천. 길이는 4,181㎞로 낙동강(506㎞)보다 8배 이상 길고, 유역 면적도 한반도의 4배인 79만 5,000㎢에 달하는 동남아시아 최대의 강이다.
메콩강 유역엔 5개 나라가 있다. 태국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이들을 ‘GMS(Greater Mekong Subregion) 5개국’으로 부른다. 이들 국가는 원유나 천연가스, 목재, 고무 등 각종 천연자원이 풍부할 뿐 아니라, 값싼 노동력(인구 2억 2,000만명)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노동비용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중국의 뒤를 이을 유력한 대체지로 손꼽힌다.
물론 아직은 저개발국. 하지만 지난해 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 베트남이 1,000달러를 넘어서는 등 경제 발전 속도는 매우 빠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1~2014년 사이 이들 나라가 4.0(미얀마)~7.2%(캄보디아)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중국ㆍ일본이 이미 선점
메콩강 유역 국가의 몸값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한국의 진출은 경쟁국인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매우 늦은 편. 특히 사회주의권에 속했던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와는 수교 자체가 늦어,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한국 기업이 진출하기 시작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92년 이후 정부개발원조(ODA) 및 민간 교역ㆍ투자가 활발해지고는 있으나 일본에 비하면 약 30%, 중국과 비교해도 약 50%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예전부터 동남아시아 진출에 힘써 왔던 일본은 태국을 전진기지 삼아 이곳에 대한 원조ㆍ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2001~2008년 총 138억달러의 ODA를 쏟아부었고, 민간 투자도 2003년 20억 달러에서 2007년 60억 달러로 크게 늘렸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 2008년 4월 포괄적 경제협력동반자 협정(CEPA)을 체결하는 한편, 태국(2007년 11월) 베트남(지난해 10월)과는 이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돼 경쟁국 중 가장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중국의 진출은 더 활발하다. 중국은 이들 나라와 문화ㆍ역사적 관계가 깊은데다, 화교들도 워낙 많아 ‘범 중화경제권’을 꿈꾸고 있다. 중국은 현재 GMS와의 경제협력을 윈난(雲南)성 등 낙후된 남서부 지역 개발과 연계하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한국, 성장경험 전수 등에서 비교우위
경쟁국에 비해서는 진출이 늦었지만, 정부는 이 지역에서 앞으로 벌어질 한중일 3국간의 치열한 선점 경쟁에서 한국 기업에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구상중인 메콩강 진출전략은 개발경험전수. 어차피 중국이나 일본처럼 물량공세로 맞서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 다른 접근법을 택한 것이다. 단기간 내에 저개발국에서 경제강국으로 도약한 한국만의 발전경험은, 성장모델에 갈망하고 있는 이들 나라에 충분히 어필할 만한 소재라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GMS 국가와 환경ㆍ수자원 문제에서 일부 갈등을 겪고 있고 일본은 과거 식민지 지배의 앙금이 남아 있어 우리나라는 협력 파트너로서 비교우위가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우선 정부는 최근 기후변화 및 환경 관련 협력 수요가 늘고 있는 점을 감안, ▦녹색 공적개발원조 ▦동아시아 기후 파트너십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 지역의 개발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경쟁국에 비해 우위에 있는 정보통신(IT) 기술을 활용해 전자정부 사업이나 IT 마스터플랜 수립 등에서도 맞춤형 지원을 할 예정이다. 교통 인프라 구축이나 수자원 개발을 천연자원 개발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GMS의 신흥시장 선점을 위해 한ㆍASEAN FTA와 별도로 GMS 개별 국가와의 FTA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는 6, 7일 이틀간 서울 신라호텔에서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공동으로 ‘메콩강 유역 개발 포럼’을 열어 GMS국가들과의 경제협력확대를 위한 방안을 논의한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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