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에게 자신이 주체가 되는 다큐멘터리는 우리 사회와의 간극을 줄이는 소통의 창입니다.”
지난해 5월 경기 안산시 원곡동 10평 남짓한 사무실에 다큐멘터리 제작단 ‘지구인의 정류장’을 설립한 독립영화감독 김이찬(44)씨. 그는 이곳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영상제작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주 6일 근무에 잔업까지 하는 이주노동자들이지만 올해 2월 마친 1기 수업에 참석한 사람만 120여명이다. 5월부터 2기 교육을 하고 있는 그는 “경기 이천이나 충남 아산에서 오는 열정적인 사람들도 있다”며 “이주노동자들이 표현과 소통의 주체로 변해가면서 삶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돼 기쁘다”고 했다.
2003년 임금체불 문제를 다룬 ‘동행’ 등 10년 가까이 이주민에 대한 영상을 제작해오던 김씨는 2007년 여름 안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AFC)에서 미디어팀장으로 일하면서 미디어 제작교실을 처음 열었다. 이주노동자가 자기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표현 수단과 방법을 알아야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 그러나 그는 지난해 구조조정 바람이 불면서 센터를 나와 디지털캠코더 3대, PC 3대로 꿋꿋하게 백의종군하고 있다.
그의 제자들은 벌써 6개의 작품을 만들었고, 삐다오(25)씨 등 캄보디아 출신 제자 4명이 제작한 영화 ‘공부하고 싶어요’는 4일 서울 대학로에서 개막한 제5회 이주노동자 영화제에 출품됐다.
6분 가량인 ‘공부하고 싶어요’는 기숙사 방은 동료들이 수다를 떨고 있고, 부엌은 외로움을 달래려는 친구들이 부모에게 전화를 하고 있어 공부를 할 수 없던 주인공이 결국 화장실 변기 위에 쪼그려 앉아 공부한다는 내용이다. 이날 영화를 본 이주노동자들은 제 처지인양 껄껄 웃었다. 김씨도 “이렇게 호응이 좋을 지 몰랐다. 제자들이 대견스럽다”고 웃었다.
김씨는 “다문화가 이슈로 부각되면서 여러 가지 행사가 열리고 있지만 이주노동자들은 관객으로 동원되기만 한다. 이주노동자들이 문화적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기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