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월 만에 재개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중동 평화협상이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에게 중대한 시험무대가 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4일 전했다. 클린턴 장관은 지금껏 중동문제에 있어서 오바마 대통령의 메시지를 충실히 전달하는 소극적 옹호자에 불과했다. 그러나 재개된 협상에 중재자로 참여하면서 평화 만들기라는 험난한 여정에 빠져들게 됐고, 그 성공여부에 따라 역사적 평가와 향후 정치행보가 달라지게 됐다는 것이다. 성공하면 남편 빌 클린턴도 쓴맛을 본 문제를 해결해 입지가 강화되고, 실패하면 정치적 야망에 부담이 될 것이란 분석이 벌써 나온다.
미 거물정치인에게 중동문제는 늘 위험이 따르는 문제다. 이를 잘 아는 클린턴 장관도 그간 이스라엘을 거의 방문하지 않았고, 주요 현안은 중동특사 미첼에게 위임해왔다. 중동협상이 실패할 것이란 판단 하에 되도록 거리를 두려 했다는 지적도 있다. 때문에 이번 협상에 대한 클런턴 장관의 열의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지 않다. 물론 협상에 앞서 현안조율을 위해 직접 중동방문 하려다 제동이 걸리자 오바마를 설득해 관철하는 등 최근 들어 적극적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협상 초기 단계와 공개적인 이스라엘 압박은 그가 속한 국무부가 아닌 백악관의 작품이었다.
클린턴 장관이 협상과정에서 넘어야 할 장애물도 도처에 있다. 그는 1998년에 지금은 미국 정책이 된 팔레스타인 국가창설을 먼저 제안하면서 ‘친 팔레스타인 성향’이란 혐의를 쓴 전력이 있다. 또 그가 과연 헨리 키신저,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처럼 양측을 쥐락펴락할 능력이 있는지도 검증이 필요하다. 다만 클린턴 장관은 오바마 정부에서 이번 평화협상을 이끌 최적의 ‘세일즈 퍼슨’이란 평가를 받는다. 많은 유대단체들이 그를 지지하고 있고, 타고난 정치적 감각을 활용해 이스라엘 측에 어려운 양보를 밀어붙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태규기자 tglee@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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