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프 데겐 지음ㆍ박규호 옮김
현문미디어 발행ㆍ304쪽ㆍ13,500원
지구는 갖가지 악으로 폭발 직전일지 모른다. 일상을 위협하는 사이코패스에서 정의의 이름을 앞세워 무자비하게 진행되는 테러와 전쟁까지, 악의 위세는 도저하다. 독일 심리학자 롤프 데겐(57)은 그러나 에서 “악에의 충동이란 없앨 수 있는 본능”이라고 주장한다. 악은 ‘선을 원하지 않는, 불멸의 의지’인가, 아니면 통제 가능하거나 제어되거나 딴 형태로 전화할 수 있는가? 이런 문제를 화두로 씨름해온 학자의 결론이다. 문제의 핵심은 악 또는 이기적 성향을 억누를 수 있는 원동력에 있다.
그는 진화생물학적 발견에 주목한다. 먼저 공생 관계를 비롯, 비혈연간의 호혜적 이타주의 등 동물의 행태에서 발견되는 특성들이 인간의 진화 프로그램에 내장됐다고 그는 주장한다. 나아가 교환과 상호 행위에서 관계를 현성해나가는 인간의 경우, 정의와 공정성 등 특유의 가치평가적 요소들도 자연이 미리 각인해놓은 감정적 반응 기제에 따라 예민한 감각을 발전시켜 나온 결과라는 것이다. 동물적 감정이 없으면 인간적 도덕도 없다는 이 책의 명제가 그래서 나온다.
인간의 해부를 위해 저자는 죄책감과 수치심을 엄밀히 구분한다. 죄책감을 자주 느끼는 사람은 평균 이상의 각별한 공감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수치심과 직결되는 창피함은 우울증, 책임 전가, 분노 등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 모든 것들의 총합이 자아의 법정, 곧 양심이다. 시기와 질투는 타인의 기쁨에 대한 고통이자 애정의 상실을 알리는 경종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는다.
저자는 사이코패스들에게는 공포를 유발하는 뇌 영역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는다는 등 최근 실험 결과들을 제시, 인간에 대해 보다 깊은 이해를 돕는다. 책 곳곳에서 전하는 최근 심리학 연구실의 풍경 또한 흥미롭다. 저자는 뇌과학과 진화생물학 등 최신 과학 분야에서 연구실과 일반의 간격을 좁힌 업적으로 유럽의 대표적 과학저널리스트로 평가되고 있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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