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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그 놈의' 가족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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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그 놈의' 가족 사랑

입력
2010.09.03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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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뉴미디어의 도래 이후) 언론은 점점 더 논쟁적이고 선정적인 것을 찾아 경쟁하며 공적인 인물을 공격한다. 오늘날 언론은 낙종의 불안감으로 떼거리로 사냥감을 찾아내 물어뜯고 평판을 갈가리 찢는 야수와 같다. (이런 행태로) 사실과 의견의 구분을 무시해 스스로 수준을 떨어뜨리고 대중이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하도록 한다."최근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한 사람들의 푸념이 아니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2007년 여름 퇴임 직전 인디펜던트 등 좌파성향 언론을 향해 토해낸 불만이다.

■ 재임 중 그는 이라크 참전 결정과 부패 스캔들 등을 놓고 언론과 사사건건 충돌했는데 이런 악연은 지금까지 이어진다. 총리를 지내며 쌓은 인맥과 지위를 이용, 기업자문회사를 운영하며 3년 동안 2,000만파운드(370억원)나 번 것이 도마에 먼저 올랐다. 결국 그는 1일 발행된 회고록 의 인세 500만파운드를 이라크 및 아프간 참전 군인의 재활을 돕는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했으나 국민과 언론의 눈길은 여전히 곱지 않다. 최근 글로벌 펀드와 개인을 상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투자은행업에까지 진출했기 때문이다.

■ 이를 둘러싼 논란이 식기도 전에 이번엔 블레어 부부의 유별난 자식사랑이 구설수에 올랐다. 대학생 딸에게 '성공의 튼튼한 발판'을 마련해주고 싶어 런던 시내의 97만파운드 짜리 집을 사준 것이다. 이미 두 아들에게 100만파운드를 넘는 집을 사준 부인 셰리여사가 주도했는데 여론은 비아냥 수준이다. 얘기를 종합하면 자식이 안정된 환경에서 인생을 시작해야 성공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블레어 부부에게 노벨상이라도 주자는 분위기다. 언론은 블레어 가족 소유의 집이 9채, 1,500만파운드에 달한다며 재산형성 과정을 따져보겠다고 벼른다.

■ 블레어는 언론의 야수적 패악질이 또 시작됐다고 비난할 것이다. 퇴임 후 합법적 비즈니스로 돈을 벌어 가족을 위해 썼고 기부 등 좋은 일도 많이 했는데, 괜한 일로 시비한다고 생각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는 1회 강연 혹은 자문에 수십만파운드를 받는 전적인 이유가 공직을 통해 얻은 지식과 경험, 즉 공적 재산의 후광임을 말하지 않는다. '제3의 길'로 노동당 집권을 주도하고 40대 총리로 전 세계에 젊은 지도자붐을 일으킨 그의 명성은 오간 데 없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도 비슷한 시비에 휘말려 있다고 하니 동양이나 서양이나 '그 놈의' 노후와 자식사랑이 늘 문제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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