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통계청에서 발표한 2009년 생활시간조사 보고서를 접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료였다. 20세 이상 성인의 24시를 살펴보니 수면, 식사 등 필수적 활동 시간은 45.3%, 일과 가사, 이동 등 의무적인 활동은 33.1%를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2004년과 비교해 일하는 시간이 14분 줄었음에도 성인 30~40대의 80% 가까이는 여전히 바쁘고 시간이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덧 한 분야에서 30년 가까운 세월을 보낸 유통서비스업 종사자로서 눈길이 가는 대목이다. 항상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고 이를 충족시킬 방법을 찾는 일에 익숙해진 까닭이다.
복합쇼핑몰 아이파크몰의 CEO가 된 지금 가장 큰 고민은 고객의 만족스러운 몰링(Mallingㆍ복합 쇼핑몰에서 쇼핑뿐 아니라 여가도 즐기는 소비 행태)이고, 무엇보다 ‘몰이 어떻게 하면 고객의 시간 활용 효율을 더 높여줄 수는 있을까’하는 점이 최대의 관심거리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부터 몰링의 관심이 높아졌고 2006년 아이파크몰 오픈 이후 유통업체들은 저마다 복합쇼핑몰을 표방하며 본격적으로 몰링 트렌드를 확산시켜가고 있다. 복합쇼핑몰은 백화점, 할인점 등의 소매업태는 물론 엔터테인먼트와 문화 등 생활의 모든 것을 향유해 원스톱 라이프를 구현할 수 있는 ‘유통업체의 총 집합체’라 할 수 있다.
몰에 들어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매장 지도(Mall Directory)를 꺼내 어떤 코스로 몰링을 즐길지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고, 쇼핑 후 식사를 하고 공연이나 영화를 보는 등 다양한 소비와 문화체험을 한 곳에서 즐기게 됐다. 최근에는 널따란 몰을 돌아다니며 운동하는 소위 ‘몰 워커’(Mall Walker)까지 등장했다.
따라서 고객의 소중한 시간 활용을 위해 몰은 크게 두 가지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요즘 부쩍 드는 생각이다. 정해진 시간 안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려는 고객에게는 ‘몰에 가면 내가 원하는 상품이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야 하고, 빡빡한 일상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고객에게는 ‘몰에 가면 내가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희망을 갖도록 풍부한 여가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
지난 4년여간 복합쇼핑몰이 단순히 유통업체의 집합체 수준이었다면 앞으로는 복합쇼핑몰이 우리나라 국민에게 ‘시간의 여유를 제공하는 공간’이 되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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