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후보 시절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혀 개선 여부에 관심이 쏠렸던 서울 지역 고교선택제가 올해까지는 그대로 유지된다. ‘학교의 서열화와 획일화를 부추긴다’며 고교선택제를 손질하려 했던 곽 교육감의 구상은 결국 장기 과제로 넘겨졌다.
서울시교육청은 3일 2011학년도 고교 전형 요강을 확정 발표했다. 후기 일반고에 적용되는 고교선택제는 작년과 동일한 방식이다. 학생들이 서울 전체 고교 중 2개교를 지원하는 1단계(정원의 20%), 거주하는 학교군에서 2개교를 지원하는 2단계(정원의 40%), 집 근처 학교에 강제 배정되는 3단계(정원의 40%)로 진행된다.
▦서열화, 강남 쏠림의 부작용 낳은 고교선택제
공정택 전 교육감 시절 도입돼 지난해 처음 시행된 고교선택제는 많은 논란을 낳았다. 학생의 선택권 보장과 고교간 경쟁을 통해 전반적인 학력 수준을 높이겠다는 취지였으나 선호학교와 비선호학교 간의 격차만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강남 목동 등 이른바 ‘교육특구‘로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져 일부 소외 지역 학교는 미달 사태가 벌어졌다.
학생 배정 과정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당초 2단계에서도 완전 추첨 방식으로 학생을 배정하려 했으나 일부 선호 지역 학부모들의 민원으로 근거리 배정 원칙이 적용돼 ‘무늬만 선택제’라는 비판을 받았다. 선호 학교가 몰린 강남 목동 지역 학교는 주변에 사는 학생들이 배정될 확률이 높아져 타지역 거주 학생들의 선택권은 사실상 축소됐다.
올해 첫 입학생을 받은 자율형 사립고도 고교선택제의 왜곡에 한 몫을 했다는 지적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인기 학교들이 자율고로 전환하면서 학생들 입장에선 지원할 학교가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2,3개의 자율고가 몰려 있는 지역 학생은 집 근처 학교로 배정받을 확률이 떨어져 원거리 통학을 해야 하는 등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의 자율고는 27곳으로 전체 인문계고(236곳)의 11.4%에 해당하며, 별도의 전형을 실시한다.
▦시교육청의 대안은 고교 특성화
올해는 그대로 가지만 내년에는 개선안을 내놓겠다는 게 시교육청의 기본 방침이다. 이달 중 고교선택제 연구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10월 외부 연구기관 용역을 거쳐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와 장단점을 분석할 예정이다. 늦어도 내년 6월까지는 고교선택제 개선안을 확정해 2012학년도 고교입시에 적용할 계획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서열화를 희석시키면서도 모든 학교의 학력을 제고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핵심”이라며 “교육과정의 특성화를 통해 대학 진학률에 근거한 획일적 서열화를 막고, 학생들이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 예체능, 영어 중점 학교 등 학생이 원하는 유형의 학교를 만들어 실질적인 선택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대학 진학률에 따른 고교 서열화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많은 예산이 들더라도 특성화된 좋은 학교를 많이 만들면 줄세우기가 조금은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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