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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북경에도 섬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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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북경에도 섬이 있었다

입력
2010.09.02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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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열은 비열한 자들의 통행증이고/ 고상은 고상한 자들의 묘지명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시인 베이다오(北島)의 시 '대답'의 첫 구절이다. 베이다오는 6ㆍ4 톈안먼 사건 때 이 시가 낭송돼 중국을 대표하는 저항시인이 되었다. 그는 건축공사장 콘크리트공으로 일하며 시를 썼다.

망명생활을 했으며 지금은 고은 시인과 함께 노벨문학상 아시아권의 유력한 후보다. 중국에선 그를 몽롱시파(朦朧詩波) 시인으로 부른다. 중국 현대시에서 '몽롱'은 주관과 서정을 강조하고 모호한 시적인 분위기를 창조하는 것이다. 국내에 소개된 그의 시집들을 읽으며 만나보고 싶은 시인이었다.

그의 시는 정치적으로 힘든 80년대를 보낸 우리 시의 정서와 많이 닿아 있었다. 좋은 인연이 찾아왔다. 베이다오는 진해, 마산, 창원을 통합한 새 창원시가 제정한 '제1회 창원 KC 국제 시문학상' 수상자가 되어 4일 시상식에 참석한다. 시상식장은 김달진문학제가 열리는 진해구민회관이다.

5일에는 내가 근무하는 대학의 후원으로 갖는 크루즈 국제시낭송음악회에서 자작시 낭독을 들려주고 창작을 공부하는 대학생과 독자들을 위해 문학특강도 가진다. 이번에 새롭게 안 사실. 北島(베이다오)는 그의 필명이었다. '베이징(北京)의 섬'이란 뜻이라 했다.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에서 태어나 작은 섬처럼 외롭게 시를 써온 그의 눈빛은 어떠할까? 보고 싶어진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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