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도 다르고 낮과 밤도 우리와 정반대인 중남미가 한국 경제의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중남미는 세계 인구의 8.5%(5억7,000만명)를 차지하는 거대시장이지만, 2000년 이전에는 한국에게 그저 ‘머나먼 땅’이었다. 그러나 최근 볼리비아와 전략금속인 리튬 개발에 합의하고, 칠레에 이어 페루와도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서 중남미는 한국의 동반자가 됐다. KOTRA 산티아고 무역관 전춘우 센터장은 “중남미는 단순한 수출기지 역할을 넘어 풍부한 자원개발의 요충지여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1일 칠레 수도 산티아고 곳곳에서 한국과 칠레의 가까워진 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중남미 지역에 현대자동차를 공급ㆍ판매하는 길더마이스터사의 산티아고 본사 직원들은 밀려드는 주문을 맞추기 위해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리카르도 레스만(59) 회장은“칠레 시장에서 현대차 시장점유율은 22.3%로 2위(시보레ㆍ17.6%)와 압도적 격차를 보이고 있다”며 “시장에 내놓기 무섭게 차가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사례가 보여주듯이 2004년 한ㆍ칠레 FTA가 체결된 뒤 양국 교역은 극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3년 5억2,000만달러이던 대 칠레 수출은 지난해 22억3,000만달러로 늘어났고, 수입도 10억6,000만달러에서 31억달러로 3배나 불었다. 한국으로 육류를 수출하는 아그로수퍼의 안드레아 타카미야(40) 사장은 “칠레는 광물과 농축산물을, 한국은 전자제품과 자동차의 판매를 늘릴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물론 칠레가 중국, 일본과 FTA를 체결하면서 한국의 FTA 선점효과는 지난해부터 급감하고 있다. 현지진출 기업의 한 관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과 칠레와의 교역이 마이너스를 보인 것도 이런 상황변화와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는 중남미는 여전히 기회의 땅이라는 입장이다. 전춘우 센터장은 “한ㆍ칠레 FTA의 효과가 사라진 상황에서 페루와 FTA를 체결한 것은 다른 중남미 지역 진출의 전초기지를 마련한 했다는 점에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전 센터장은 “페루와의 FTA체결에 성공하고 볼리비아와는 리튬 개발 협력까지 맺게 되자, 수 십년전부터 기반을 닦아온 일본이 매우 당황하고 있다”며 “여기서 멈추지 말고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를 아우르는 메르코수르와의 FTA 협상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남미와의 동반자 관계를 확고하게 하려면 ‘포스트 FTA’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FTA는 첫 체결도 중요하지만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상황 변화에 맞게 개방이나 교류 폭을 넓히는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한ㆍ칠레 상공회의소 회장직도 맡고 있는 길더마이스터의 레스만 회장은 “단기간에 수출을 늘리려는 데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현지 공장 설립 등 투자에 보다 적극적이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중남미 지역에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일본, 중국 등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산티아고(칠레)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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