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일 이광재 강원도지사의 헌법소원 사건에서 지방자치법 관련 조항을 헌법불합치로 결정한 것은 형사 피고인이라도 유죄 확정 판결을 받기 전에는 '죄가 없는 사람'으로 보아야 한다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 5명(이강국 김희옥 김종대 목영준 송두환)은 "무죄추정의 원칙은 유죄임을 전제로 피고인에게 유ㆍ무형 일체의 불이익을 가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직무를 정지시키는 것도 불이익"이라고 판단했다.
이들 재판관은 또한 해당 조항에 명시된 '금고 이상의 형'은 범죄의 특성에 대한 구분이 없는 모호한 기준으로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나고, 다른 선거직인 국회의원에게는 직무정지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평등권 침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조대현 재판관도 "직무상 범죄로 형 확정 전에 직무를 정지시키는 것이 무죄추정의 원칙에 직접적으로 위배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지만, 그 외에는 무죄추정의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즉, 업무와 무관한 범죄로 금고형을 선고 받은 이 지사의 경우 대법원 선고가 있기 전까진 공무담임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헌재의 결정으로 이 지사가 일단 직무에 복귀할 수는 있게 됐지만, 대법원에 계류 중인 형사사건의 판결에 따라 운명은 최종적으로 결정된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등으로부터 약 2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추징금 1억1,400여만원을 선고 받은 이 지사가 상고심에서도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 받으면 정치자금법에 따라 도지사직을 상실하게 된다.
일단 대법원은 법률심이라 양형 부당 등은 살피지 않고 1ㆍ2심에서 인정한 사실 관계를 토대로 법 해석의 위법성 여부만 따지기 때문에 무죄로 판결이 뒤집힐 사안이 아닌 한 이 지사가 직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법원은 이 지사 사건처럼 박 전 회장의 진술을 근거로 기소된 송은복 전 김해시장, 이정욱 전 해양수산개발원장 등에게 유죄 판결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한 바도 있다.
하지만 하급심이 법 적용을 잘못한 측면이 있다는 이유로 대법원이 일부 혐의라도 무죄 취지로 파기할 경우 하급심이 양형을 다시 해 100만원 미만의 벌금형으로 감형할 가능성마저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넘겨받은 뒤 자칫하면 장기간의 도정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해 재판을 신속히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번 헌재 결정으로 다소 부담감이 줄어 들어 선고가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형사사건의 경우 항소심이 끝난 뒤 상고심까지 통상 5~6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대법원이 정상적으로 심리한다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선고가 이뤄질 수 있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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