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이대형(27)이 지난 1일 부산 롯데전에서 전인미답의 4년 연속 50도루 고지를 밟으면서 역대 최고의‘대도(大盜)’는 누구일까에 새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다 도루왕 타이틀(5회) 보유자인 ‘원조 대도’김일권(전 태평양)을 시작으로, 시즌 최다도루(84개ㆍ94년)를 달성했던‘바람의 아들’이종범(KIA), 통산 최다도루(550개) 기록 보유자인 전준호(SK 코치), 4년 연속 도루왕의 정수근(전 롯데ㆍ98~2001년)까지 시대를 풍미했던 ‘대도(大盜)’들의 최고 논쟁은 뜨겁다.
슬라이딩은 이종범, 스타트는 전준호
이종범은 2년차이던 94년 지금도 믿기지 않는 84개의 도루를 성공했다. 누상에만 나가면 상대 배터리는 사실상 한 베이스를 더 허용하는 걸 기정사실화했다. 이종범의 장기는 폭발적인 슬라이딩. 다른 선수들보다 두 세 발짝 앞에서 몸을 날린 뒤 수비수의 태그를 교묘하게 피하는 슬라이딩 기술은 최고로 평가받았다. 그 해 75개의 도루를 하고도 이종범에게 밀린 전준호 SK 코치는 “나는 스타트가 좋은 편이었고, (이)종범이는 슬라이딩이 최고였다”고 말했다. 이종범은 데뷔 첫 해인 93년 9월 26일 전주 쌍방울전에서 한 경기 최다도루 기록(6개)을 세우기도 했다.
이종범과 전준호는 당대 최고의 톱타자로 타격에서도 최고 자리에 올랐던 선수들이다. 자연히 높은 출루율을 기반으로 베이스를 훔칠 기회가 많았다. 그러나 이대형은 아직 타격 기술에서는 만개하지 못했다. 전 코치는“(이)대형이 출루율만 높인다면 70, 80개의 도루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대형은 1일 현재 출루율이 3할3푼1리에 그치고 있음에도 50도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도루의 4가지 조건을 흔히 ‘4S(스타트 스피드 슬라이딩 센스)’라고 말한다. 전 코치는 “이대형은 기술적으로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부지런하다”고 평가했다. 상대 투수가 끊임없이 견제구를 던져도, 도루에 대한 열정과 도전 정신이 있어야 진정한 도루왕이 될 수 있다는 것.
전 코치는 “올해 이대형에게 김주찬(롯데)처럼 좋은 경쟁 선수가 있는 것도 중요하다. 이대형은 내 통산 최다도루 기록까지 깰 수 있는 선수”라고 극찬했다.
성환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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