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여머리를 얹은 여인네들의 궁중 암투 아니면 장금이 류의 성공스토리. TV 사극의 기본 공식이다. 이 틀을 벗어난 독특한 TV 사극 두 편이 케이블 채널에서 시작됐다.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 하나는 미스터리 스릴러, 다른 하나는 과학수사대 이야기다.
조선의 X-File, ‘기찰비록(奇察秘錄)’
tvN에서 지난달 20일 방송을 시작한 ‘기찰비록’(금 오후 11시)은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기이한 사건들을 현대적 시각에서 극화한 드라마다. 미국의 미스터리 드라마 ‘X-File’에서 모티프를 따 왔고 인물 설정과 전개 방식도 비슷하다. 하지만 배경은 조선 시대. 허구의 이야기를 지어냈다면 어색한 아류의 느낌을 피하기 힘들었겠지만, 실록이라는 논픽션에서 매 회의 소재를 캐낸 덕에 무척 참신하다.
예컨대 20일 방송된 ‘비밀의 빛’ 편에는 UFO와 화승총을 든 감영 사령(강력계 형사 격)이 등장한다. 지어낸 얘기라면 픽 웃음이 날 설정이지만 의 기사가 이 에피소드의 이질감을 지우고 생동감을 부여한다. “선천군에서 불덩어리가 떨어졌다… 꼴단처럼 생긴 불덩어리가 하늘가로 떨어져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불덩어리가 지나간 곳은 하늘의 문이 활짝 열려 폭포와 같은 형상이었다.”(광해군 1년)
방송이 나간 뒤 시청자 게시판에는 “실제로 이런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 같은 책에서도 소재를 찾아 보라”는 등의 호평이 이어졌다.
CSI 한성, ‘별순검 3’
2007년 추리사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어젖힌 MBC 드라마넷의 ‘별순검’도 4일부터 세 번째 시즌(토 오후 11시)을 시작한다. ‘블록버스터 명품 수사극’을 내세운 시즌 3은 전에 비해 훨씬 스케일이 커졌다. 테러 인질극, 첩보 액션, 증권사기극 등의 에피소드가 방송된다. 여기에 의문의 살인사건이라는 과학수사 드라마의 앙꼬가 매 회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물에 젖었다 마른 종이에 쓰인 글자를 엿기름을 이용해 복원하는 식의 조선의 수준급 과학수사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 사건 수사의 내용에 집중했던 시즌 1, 2에 비해 시즌 3은 인물들 간의 관계와 캐릭터의 개성이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될 전망이다. 저마다 사연을 지닌 순검(수사관)들이 등장하는데 유학파 여자 별순검(민지아), 본능적으로 범죄심리에 반응하는 프로파일러 차건우(민석), 코믹한 이미지의 씨름선수 출신 순검(성지루) 등이 주연으로 발탁돼 드라마적 요소를 한층 강화했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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