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동안 숙제를 잘 수행했니?”(판사)
“네. 금연클리닉에 다니면서 담배를 끊었고요, 저처럼 절도죄로 재판을 받게 된 친구에게 숙제를 내주면서 제 잘못을 더욱 반성하게 됐어요.”(A군)
“A군이 멋진 성인이 되기 위해 혹독한 시련을 겪은 거라고 생각해. 과제도 잘 끝냈으니 이 사건은 처벌하지 않고 종결하도록 할게.”(판사)
1일 오후 5시 소년법정에서 서울가정법원 소년3단독 신한미 판사는 길가에서 오토바이를 훔쳐 법정에 서게 된 A군(15ㆍ중3)과 30분 동안 이 같은 대화를 한 뒤 처벌을 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심리 불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 같은 결정은 지난 6월부터 서울가정법원이 시행하고 있는 청소년 참여법정 제도에 따른 것이다.
청소년 참여법정은 경미한 비행을 저지른 19세 미만의 소년이 또래의 청소년 배심원들이 건의하고 판사가 이행을 명한 과제를 충실히 수행할 경우 별도의 보호처분 없이 사건을 종결 처리하는 제도로, A군은 청소년 참여법정에 선 첫 사례였다.
줄곧 법조인이 꿈이었던 A군은 지난해 학급 친구와 갈등을 겪는 과정에서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했고, 급기야 길에 있는 오토바이를 훔쳐 타고 달아나는 사고를 쳤다. 지난 6월 16일 청소년 참여법정에 선 A군은 안전운전교육과 금연클리닉 참여, 일기쓰기, 다른 청소년 참여법정에 참여하기 과제를 받았다.
이날 A군은 재판부가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하자 나란히 앉아 있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어느 날 어머니 손을 씻겨주는데 굳은살이 많은 걸 봤어요. 제가 성실히 살다 보면 이 굳은살도 없어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신 판사는 재판을 끝낸 뒤 “우리 A군이 야구를 좋아한다고 해서 준비했다”며 A군에게 케익과 함께 책 을 선물했다. 이날 A군이 법복을 입고 법대에서 찍은 사진은 며칠 뒤 A군의 집으로 배달될 신 판사가 준비한 또 하나의 축하 선물이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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