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물인 ‘직지심체요절’(이하 직지)보다 138년 이상 앞서는 최고(最古) 금속활자가 발견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 경운동 고미술 컬렉션인 다보성고미술은 1일 서지학자인 남권희 경북대 교수가 지방의 한 개인수장가 소장품인 금속활자 12점을 분석한 결과 1377년 간행된 직지보다 훨씬 앞선 13세기 초의 금속활자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다보성고미술은 2일부터 개최하는 전시에서 이 활자의 실물을 공개할 예정이다.
남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이 금속활자 12점 가운데 10점은 고려 고종 26년(1239) 목판본으로 복각한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보물 758호ㆍ이하 증도가)의 글자체와 일치한다. 목판본 증도가에는 당시 무신정권의 최고 권력자 최이(崔怡)가 발문을 붙였는데, 이전에 금속활자본 증도가가 있었지만 더 이상 전해지지 않아 목판으로 복각해서 찍어냈다는 내용이다. 국내 서지학계는 이 기록에 따라 목판본 증도가 이전에 금속활자본 증도가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남 교수가 직지보다 앞선 것이라고 추정하는 금속활자 12점은 ▦明 ▦所 ▦於 ▦菩 ▦善 ▦平 ▦方 ▦法 ▦我 ▦福 ▦不 ▦子 자다. 남 교수는 “이 활자들의 서체를 목판본 증도가의 서체와 비교해 동일함을 확인했으며, 활자의 자면과 획의 마모 등 잔존 상태로 볼 때 다수의 책을 찍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 교수는 또 “이 활자들은 13세기에 주조,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직지를 찍은 흥덕사자(興德寺字)가 지방의 활자라면 이 활자들은 중앙의 활자로, 고려시대 주조기술의 변천을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남 교수는 이 금속활자들은 일제강점기에 출토돼 일본인 수장가에 의해 일본으로 유출됐다가 10여 년 전 한국의 한 개인 수장가가 매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활자가 세계 최고의 활자로 공인받기 위해서는 국내외 관련 학계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 서지학계 권위자인 천해봉 전 성균관대 교수는 “사실이라면 몽골 침입 전의 금속활자가 되는데, 신중히 고증을 해야 한다”며 “실물을 보지 못해 말하기 어렵지만 무엇보다 활자의 출토지가 분명하지 않으면 안 되고, 그곳은 반드시 개성이라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 오춘영 연구관은 “몇 년 전부터 이 활자들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비교할 만한 예가 없어 유보적 입장”이라면서 “학계에서 공론화돼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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