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프로 한대 묶은 휴대폰과 소화제 약병, 역시 테이프로 묶은 휴대폰 3개와 손목시계들. 전혀 해가 될 것 같지 않은 이런 꾸러미를 여행가방에 넣고 있었다는 이유로 미국에서 예멘으로 건너가려던 예멘 남성 2명이 ‘테러 모의’혐의로 붙잡혔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시카고를 출발해 예멘으로 가려다 경유지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지난달 30일 붙잡힌 예멘 국적의 미국 거주자 아마드 알 수피(48), 헤젬 알 무리시(37)가 테러조직과 연계됐다는 증거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31일 보도했다. 네덜란드 조사당국은 며칠 이들을 더 구금해 조사한 뒤 석방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들은 29일 시카고에서 두바이를 거쳐 예멘으로 가는 항공편에 짐을 붙였으나, 출국 게이트가 바뀌는 바람에 해당 비행기를 놓치고 암스테르담을 거쳐 예멘으로 가는 비행을 탔다. 그러다 애초 붙인 짐에서 테이프로 묶은 소지품들이 적발되면서 테러 모의 혐의로 체포됐다. 시카고를 출발할 때 스크린 검색에서 의심을 샀으나 물품을 확인하고 문제없이 통과됐는데, 짐을 실은 비행기를 타지 않았다는 이유가 더해져 뒤늦게 암스테르담에서 체포된 것이다. 한 조사당국 관계자는 “열린 마음으로 상황을 봤을 때, 전혀 테러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수피씨의 사촌도 NYT와 인터뷰에서 “한 사람에게 선물할 여러 물건을 함께 묶어서 가지고 가는 것은 우리들의 문화다”며 “또 내 사촌은 출납원으로 일하는 착한 사람”이라고 항변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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