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29ㆍ스위스).
‘왼손 천재’ 라파엘 나달(24ㆍ랭킹1위ㆍ스페인)에 덜미가 잡혀 랭킹2위로 밀려나 있지만 아무도 그의 기량에 대해선 의문을 던지지 않는다. 2004년부터 테니스코트를 거의 홀로 지배해온 그의 이력을 보면 화려하다 못해 현기증이 날 정도다.
큰 것만 살펴봐도 4대 그랜드슬램 결승에만 22차례 올라 이중 16번 우승(역대 최다). 남자프로테니스(ATP)마스터스 대회 타이틀 17개째 수확. 5년 연속 연말 세계랭킹 1위 유지. 237주 연속 세계랭킹 1위 보유 등이 있다. 따라서 대다수 테니스 전문가들은 페더러를 역대 최고의 선수로 손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황제’ 페더러도 이루지 못한 꿈이 ‘몇 가지’ 있다. 첫째, 피터 샘프러스(미국ㆍ은퇴)가 1993년~98년까지 보유한 6년 연속 연말 세계랭킹 1위 유지다. 5년 연속(2004~2008년) 연말 세계랭킹 1위를 유지한 페더러는 30일(한국시간) 현재 나달에 랭킹포인트 3,000여점 뒤져 있어 시즌 마지막 그랜드슬램 대회인 US오픈에서 우승하더라도 1위를 탈환하지 못한다. 이에 따라 샘프러스가 보유한 통산 286주 연속 세계랭킹 1위 자리도 적어도 올 시즌엔 불가능하다. 페더러는 현재 샘프러스에 단 1주가 모자란 통산 285주 랭킹 1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둘째, 나달이 보유한 ATP 마스터스 대회 타이틀 18개다. 페더러는 나달보다 1개 부족한 17개째 타이틀을 거뒀다. 하지만 이 기록은 페더러의 녹슬지 않은 기량에 비추어 보면 역전이 충분히 가능하다. 셋째, 올림픽 금메달 획득이다. 페더러는 2004 아테네, 2008 베이징올림픽에 출전, 복식에선 시상대 맨 위에 섰지만 단식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올해 29세인 페더러의 나이를 감안하면 올림픽 금메달과 6연 연속 연말 세계랭킹 1위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샘프러스의 통산 286주 랭킹 1위 기록은 페더러가 갈아치울 가능성이 크다. 테니스계는 “페더러가 고령으로 노쇠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앞으로 그랜드슬램 대회 1,2개 정도는 품에 안을 저력이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페더러는 3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US오픈 남자 단식 1회전에서 브라이언 다불(26ㆍ96위ㆍ브라질)을 3-0으로 가볍게 꺾고 그랜드슬램 타이틀 17개째 사냥을 향해 순항했다. 그러나 2001년 이 대회 우승자 레이튼 휴이트(29ㆍ34위ㆍ호주)는 폴 앙리 마티유(28ㆍ109위ㆍ프랑스)에게 2-3으로 져, 1회전 탈락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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