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다음달 열리는 국민참여재판부터 소위 '그림자배심원단'(shadow jury)을 가동키로 했다. 최근 '고무줄 판결' 논란 등으로 실추 위기에 놓인 사법부 신뢰를 더 많은 국민의 재판참여를 통해 극복하겠다는 취지여서 주목된다.
대법원은 9월 수도권에서 열리는 국민참여재판부터 그림자배심원단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이후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 그림자배심원 제도란 주배심원단과 동수로 이뤄진 그룹이 같은 조건에서 재판에 참관한 뒤 유ㆍ무죄 여부 및 양형에 관한 평의, 평결을 하는 것이다. 단, 이들의 평결 내용을 판사가 판결에 반영하지 않으며, 평결과정이 공개될 수 있다는 점이 주배심원단과 다르다.
그림자배심원단 구성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배심원의 결원에 대비해 선정하는 예비배심원으로 구성하는 것. 만일 배심원 결원이 거의 없을 경우 예비배심원은 다시 집이나 직장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이를 그림자배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무작위 추첨되는 주배심원단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배심원단을 조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와 함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생, 일반 대학생, 교사, 기자, 주부, 노인 등 그룹별로 배심원단을 구성하는 방법도 진행된다. 성ㆍ연령ㆍ직업별로 구분해 논의ㆍ결정방식을 비교 분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법원은 그림자배심원단을 통해 국민참여재판을 두 배 이상 확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08년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은 매년 100~200건이 열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첫해 64건, 지난해 95건 열렸다. 피고인이 거부하면 참여재판을 할 수 없는 제도적 한계 때문이다. 비록 올해는 8월까지 83건이 열렸고 9월에도 17건 정도가 예정돼 있어 연말까지 120~130건은 달성할 것으로 보이지만 역시 당초 기대에는 크게 못 미친다. 그러나 그림자배심원 제도가 시작되면 참여 배심원 수가 당장 2, 3배로 늘어나 참여재판을 200~300건 여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는 것이 법원의 설명이다. 법원 관계자는 "많은 시민이 법관의 입장이 되어 판결과정을 체험하면 사법불신이 크게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그림자배심원의 평의, 평결과정을 모두 녹화하고 참가자들에게 정밀한 설문을 받아 향후 '공정한 배심원단 구성 등에 관한 연구'에도 활용할 방침이다. 법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법원은 배심원단 논의과정을 볼 수 없어 배심원단이 무엇을 기준으로 평결하는지, 누가 논의를 주도하는지 등을 알 수 없었다"면서 "그림자배심원 연구를 통해 향후 국민참여재판 확대, 배심제 등에 대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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