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정부의 입지가 좁아지는 모양새다. 중국은 후진타오 주석이 김 위원장이 머무는 변방지역까지 찾아가 정상회담을 가질 정도로 찰떡 공조를 재확인했다. 반면 천안함 사태 이후 '선(先) 천안함, 후(後) 6자회담'이라는 기조를 한국과 공유해 왔던 미국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우선 30일 김 위원장이 직접 '6자회담' 카드를 입에 올렸다. 그는 '대화와 협력' '조속한 시일' 등을 강조하며 적극적인 6자회담 복귀 의지를 피력했다. 매개체는 물론 중국이다. 중국은 이미 6자회담 등 대화 흐름 쪽으로 확실히 돌아섰다. 26일 방한한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 특별대표는 '북미 접촉 → 6자 비공식 또는 예비회담 → 6자회담 본회담 개최'라는 3단계 방안을 재차 한국에 내밀었다. 그가 한국을 찾기 직전 북한을 방문한 점으로 미뤄 북한과 '천안함 국면을 6자회담 재개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 조율을 마쳤을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 미국은 천안함과 비핵화 문제를 분리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8월 초 소집한 대북정책 평가회의에서는 "새로운(fresh)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제재를 둘러싼 미국 내 강ㆍ온파의 힘겨루기가 진행 중임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정부는 일단 미국의 대북정책 전환 가능성을 일축했다. 외교통상부 김영선 대변인은 30일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정부 당국자도 "미국은 김 위원장의 방중과 상관 없이 31일께 예정대로 대북 추가 금융제재안을 발표할 것"이라며 "최근 북한이 카터 전 대통령을 홀대한 사실만 봐도 미국이 북한의 대화 의지를 신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도 점차 유연한 자세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한 외교 소식통은 "천안함이 향후 대북 대응 전략을 가늠할 유일한 잣대는 아니다"라며 "천안함, 핵 문제 등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핫이슈에 북한이 얼마만큼 태도 변화를 보일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26일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수해 지원을 먼저 북한에 제의한 것을 두고 대화 국면을 대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이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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