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역 의료계 등이 난치병에 걸린 한 외국인 불법체류자를 돕기 위해 나섰으나 외국인에 대한 국내 건강보험 조항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30일 국제의료봉사단체인 그린닥터스에 따르면 캄보디아인 석 생헛(30)씨는 2006년 11월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했으나 2007년 9월 비자가 만료된 이후 국내 중소기업에서 일하며 불법체류하다 5월 재생불량성 빈혈 판정을 받았다. 골수의 조혈모세포 이상으로 혈구 세포를 생성하지 못하는 이 병은 단기적으로는 수혈로 연명할 수 있으나 완치를 위해서는 골수이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병은 건보 혜택을 받아도 수술비가 1,000여만원이 들고, 보험 혜택이 없으면 전체 치료비가 1억원에 달해 석씨는 치료를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러한 안타까운 소식은 최근 그가 다니는 부산 신평로교회 집사이자 그린닥터스 외국인진료소장인 오무영 인제대 의대 교수에게 전해졌고, 오 교수는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 등을 적극 설득해 국내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비자(GI)를 발급받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법무부는 석씨의 불법체류에 대한 벌금(300만~500만원)을 면제해 줬고, 국민건강보험공단 사회봉사팀도 체납 건보료 400여만원을 대납해 줬다. 고신대복음병원 측은 골수이식 수술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G1 비자를 받아도 외국인은 법적으로 국내 건보 혜택을 받을 수 없어 그를 돕기 위한 인술이 좌절 위기에 처했다. 또 석씨에게 맞는 골수를 확보하기 위해 캄보디아에 있는 그의 쌍둥이 남매를 초청해야 하는데 이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에 따라 오 교수를 비롯한 지역 의료계는 일단 석씨를 30일 고신대복음병원에 입원시켜 골수 등에 대한 정밀검사를 받도록 하는 한편, 31일 부산시의사회관에서 법무부와 건보공단 관계자 등이 배석한 가운데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오 교수는 "한국에 일하러 온 외국인 노동자가 난치병에 걸린 불법체류자라고 해서 치료도 해 주지 않고 내쫓는다면 국제적 망신"이라며 "석씨가 새 생명을 찾을 수 있도록 정부가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석씨 남매 초청 비용 등이 많이 부족하다"며 국민적 관심과 후원을 당부했다. (051)220-0214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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