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유식 칼럼] 불확실성 시대의 리더십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유식 칼럼] 불확실성 시대의 리더십

입력
2010.08.30 12:04
0 0

마이클 더글러스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긴 올리버 스톤 감독의 1987년 영화 속편이 내달 미국에서 개봉된다고 한다. 야망에 불타는 증권가의 한 젊은이와 탐욕스런 기업사냥꾼을 통해 미국 금융계의 어두운 이면을 파헤친 전편은 기업윤리를 비웃으며 돈만 좇던 주인공들이 모두 감옥에 가는 것으로 끝난다.'돈은 잠들지 않는다'는 부제를 단 속편은 이들이 20여 년 만에 월가에 복귀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터지기 직전 버블이 최고조에 달할 때다.

금융위기 3년… 월가 탐욕 부활

줄거리는 주인공이 내뱉는 첫마디로 잘 압축된다. "내가 전에 말했지. 탐욕은 좋은 것이라고. 이젠 그런 탐욕들이 합법화됐군."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의 경계를 엄격히 구분한 '글래스-스티걸법'이 업계 로비로 1999년 폐지된 이후 첨단 금융공학이 설계한 정체불명의 파생상품이 판치고 모두가 머니 게임에 빠진 월가는 분명 그들의 입맛을 돋웠을 것이다.

영화의 배경 못지않게 개봉 시점이 흥미롭다. 2007년 초부터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비틀대던 세계 경제는 2008년 9월 중순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공황상태에 빠졌다. 정말 영화같은 이 얘기가 현실로 나타난 지 내달이면 정확히 3년째다.

이 동안 세계 도처에서 무수한 은행과 기업이 무너지고 5,00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지구적 차원의 공조체제가 구축돼 중간 중간 회복기미가 보이는 듯하면 어김없이 대형 악재가 돌출됐다. 월가 사냥꾼들이 남긴 상처는 그렇게 지독하고 모질었다. 동유럽 금융위기, 러시아 재정위기, 두바이 모라토리엄, G2 리스크, 남유럽 재정위기 등 굵직한 것만 꼽아도 목록은 끝이 없다.

그럼 이제 시장은 천문학적 비용에 걸맞은 교훈과 안정을 얻었을까. 월 스트리트 속편을 소개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의 진단은 비관적이고 과격하다. 정부의 구제금융과 합병으로 더욱 비대해진 대형 금융회사는 또다시 위험한 거래를 일삼으며 보너스 잔치를 즐기고 있다, 대마불사의 지위를 맛본 금융회사들은 시스템 리스트를 볼모로 잡고 있어 규제의 약효도 거의 없다, 그러니 해법은 대마의 과감한 해체뿐이다.

이런 주장은 아직 소수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3년째를 맞은 지금 미국에서 주택 및 고용시장 침체에 따른 더블딥(이중침체) 유령이 다시 살아나 유럽으로, 또 일본 중국으로 번져가고 있다. 그동안 G20 등 주요국들이 돈을 퍼부어 시들어가던 신자유주의의 줄기와 잎은 살려냈지만 부실한 뿌리는 더욱 곪고 있었다는 뜻이다. 미국 의회가 얼마 전 통과시킨, 대공황 이후 가장 강력한 금융개혁 법안도 실제론 대마불사를 용인한 까닭에 위기 재발을 막기엔 역부족으로 평가된다.

이런 즈음에 월가 금융회사와 규제당국에게 '합리적 시장 가설'이라는 낡은 거시경제 모델을 제공해 위기 발생에 일조한 주류경제학의 반성과 패러다임 쇄신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제기돼 주목된다. 이 흐름을 이끄는 사람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콜롬비아대 교수다.

그는 얼마 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칼럼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아담 스미스의 명제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면서 "손이 보이지 않는 것은 그곳에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보의 비대칭과 경제주체의 비동질성이 시장의 본성인 만큼 복잡한 상호작용과 리스크를 잘 반영하는 패러다임이 요구된다는 얘기다. 주류경제학이 천동설을 지키려던 옛날 사람들처럼 기존 패러다임에 집착하겠지만 그 시도는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장담도 했다.

주류경제학 패러다임 도전 직면

금융위기 3년째를 맞는 시점에 글로벌 경제는 불균형 속에 재차 곤두박질칠 조짐을 보이고 이런 현상을 분석ㆍ진단ㆍ전망해야 할 경제학은 구태의연함을 벗지 못하고 있다. 자신 없을 때 가장 하기 좋은 말이 '불확실성'인데, 전 세계 정책당국자와 경제학자들은 요즘 이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앞날이 불투명한 시절일수록 정직 신뢰 도덕 의무 등의 가치가 빛을 발한다. 그것이 우리가 배워온 리더십의 요건이므로.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