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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아버지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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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아버지의 자리

입력
2010.08.3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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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를 발표했을 때 나는 그의 딸들이 먼저 떠올랐다. 나는 그의 딸을 모른다. 본 적도 없다. 그를 사실상 낙마까지 몰고 간 청문회 의혹은 위장전입에 따른 부동산 투기 혐의였다. 그는 야당 의원의 질타에 '자녀들의 왕따 문제로 위장전입했다'고 해명하고 사과했다.

그것이 부정(父情)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의 딸이 왕따였다고 전 국민 앞에 공개하는 것이 과연 그것이 아버지의 정이며 아버지의 자리였을까? 내 눈에는 아버지의 자리보다 장관 자리에 급급했던 것처럼 보여 안타까웠다. 그의 딸들이 과연 왕따였을까?

그게 사실이라면 아버지가 자신을 왕따였다고 밝힌 그의 딸들은, 이제 아버지의 자진 사퇴가 자신들의 왕따 경력 때문이었다는 것에 오랫동안 고통 받을 것이다. 이보다 더한 아버지도 있다. 한 가수 아버지는 역시 가수인 아들의 연애 문제에 끼어들어 유별난 아버지 자리를 연출하고 있다.

아들의 여친이 자신의 미니홈피를 통해 아들 가수와의 결별 과정에서 아버지 가수에게 폭언과 협박을 당했다며 공개 사과를 요구하면서 일파만파를 일으키고 있다. 장관 자리보다 인기 가수 자리보다, 아니 대통령의 자리보다도 더 위대한 자리가 진정한 아버지의 자리다. 명리에 따라 그 자리를 내 던진다면 더 이상 아버지일 수 없다. 나 역시 내 딸아이에게 좋은 아버지는 아니지만.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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