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북한이 먼저 요청한 것인가. 아니면 중국 측이 초청한 것인가.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30일 김 위원장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 주석의 요청에 따라 비공식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외교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방중의 속내를 들여다 보면 이 같은 보도는 외교적 관례에 따른 수사에 불과하다고 분석한다. 결국 북한측이 먼저 요청했고 중국이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우선 후 주석이 파격적으로 지방도시인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으로 날아가 김 위원장을 환대한 것을 보면 중국 측 요청에 따른 방중으로 비치는 측면이 있다. 후 주석은 창춘시 난후(南湖)호텔에 여장을 푼 김 위원장을 찾아가 그 곳에서 정상회담을 갖는 파격을 연출했다. 난후호텔은 창춘시가 영빈관으로 쓰는 곳으로, 중국 최고 지도부들이 애용하며 과거 김일성 주석도 묵은 적이 있다. 김 위원장 일행의 모든 경비는 중국 정부가 제공했고, 차량도 의전 차량 중 최고급인 벤츠 마이바흐 리무진을 제공하는 등 중국 정부의 각별한 대우가 눈에 띄었다. 김 위원장이 창춘에 가기 전날인 26일 묵은 지린시 우쑹 호텔의 7층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은 하루 숙박비가 6,600위안(약 115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국제 정치나 경제적 필요에 따라 북한을 자국 편에 묶어두는 것이 '전략적 이익'이라는 점을 거듭 확인하려는 중국의 의도가 김 위원장 초청으로 이어졌을 수는 있다.
그러나 북한으로서는 중국보다 더욱 다급한 상황일 수 있다. 천안함 사태로 곤경에 빠진 북한은 든든한 중국을 버팀목으로 해서 국제사회의 공세를 피할 수 있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기간에 맞춰 북미관계 보다는 북중관계를 우선시 한다는 극적인 감동을 중국측에 안겨주고 싶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특히 김 위원장의 주요 방중목적이 후계구도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한 성지순례의 성격이 강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방중은 미리부터 전략적으로 기획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중국은 북한이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북한을 껴안아 줌으로써 북한에 대한 또 다른 강력한 지렛대를 확보한 셈이다.
장학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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