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방문 마지막 날 행적도 지린(吉林)ㆍ헤이룽장(黑龍江) 등 동북3성에 흩어져 있는 선친 김일성 주석의 항일유적지 순례로 채워졌다. 항일혈통 과시를 통한 세습체제의 정당성 강화 의도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탄 특별열차는 30일 오전 8시10분께 하얼빈(哈爾濱)역을 떠나 낮 1시 45분께 무단장(牧丹江) 역에 도착했으며 김 위원장은 동북항일연군(聯軍) 기념탑이 있는 베이산(北山)공원을 찾아 참배했다. 무단장은 조선과 중국의 공산당이 항일 공동투쟁을 위해 결성한 동북항일연군이 1930년대 활동했던 주무대로 김일성 주석을 비롯해 최현, 서철, 오백룡, 임춘추, 안길, 최용건, 김책 등 북한정권 수립의 주역들이 모두 동북항일연군 1로군 소속이었다. 한마디로 현 북한 정권의 요람과 같은 곳이다.
김 위원장 일행은 방중 4박5일 동안 줄곧 예측 밖의 행로를 극비로 움직이며 취재진들을 따돌리려 했으나 중국 네티즌들의 눈길에 어김없이 포착됐다. 특히 28일 밤 창춘(長春)역에서 중국 측 인사들과 작별인사를 나누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된 후 20시간 가까이 언론의 감시를 피할 수 있었으나 하얼빈 영빈관 도착장면이 네티즌에 의해 인터넷에 공개되며 다시 행적이 드러났다. 북한이 외부세계와 문을 닫고 있는 동안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김 위원장이 절감했을 만한 사건이었다.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는 30일 '김정일, 중국에서 언론과 숨바꼭질'이라는 기사를 통해 극비 행보를 즐기는 김 위원장을 "선글라스 뒤에 숨어 있는 심한 개구쟁이"라고 보도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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