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47) 영국 캠브리지대 교수의 신간 이 출간되기 전부터 영국 언론의 관심을 얻고 있다. 중도성향 일간 인디펜던트는 29일 장 교수가 신간에서 ‘자유시장’이라는 이데올로기는 우리가 현실 문제들을 올바로 보지 못하게 하는 영화 ‘매트릭스’와 같은 장치라고 폭로했다고 소개했다. 또 그의 우상파괴적 시각은 노엄 촘스키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비견될 정도로 전세계에 광범위한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장교수는 전세계가 무역장벽을 허물고 하나의 시장이 되는 이른 바 ‘세계화’가 일부 선진국만 배 불리는 거짓 약속이라는 주장을 담은 책 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는 이번에는 한 발 더 나아가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근간이 되는 자유시장의 원리들에 대해 근원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에 따라 소득을 얻는다 ▦부유층의 부가 늘어나면 결국 빈곤층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 ▦교육이 나라를 번영하게 만든다 등의 명제 모두를 깨져야 할 환상이라고 주장한다.
장교수는 또 마치 인터넷 등 정보기술의 등장이 현재의 불평등을 타파할 것으로 평가되는 것도 환상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위생적인 마실 물과 먹을 것도 부족한 아이에게 인터넷이 무슨 도움이 되겠냐”고 반문한 뒤 “부국의 시각에서 빈국 국민들을 바라보는 오류”라고 꼬집었다.
장교수는 “자유시장이라는 개념은 영화 매트릭스처럼 사람들에게 현실을 그 자체보다 더 나은 것처럼 보게 만드는 장치”라며 “사람들을 그 환상에서 깨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더라도 대안적 현실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것을 보여주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유시장 경제라는 이데올로기가 점점 더 세계 경제의 지속가능성과 직업 안정성을 악화시키고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고발한다.
그에 따르면 경제제도는 단순히 사람들의 소득이나 생활수준뿐만 아니라 인간의 성품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는 “주류 경제학에서는 인간을 자신이 처한 환경과 무관하게 독립적이며 합리적인 행위자로 가정한다”며 “하지만 인간은 자신의 환경과 직업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받는 존재”라고 썼다. 따라서 사회 구조적 역사적 불평등을 감안하지 않는 경제이론은 오류라는 것이다. 결국 어떤 사회든 자유시장의 효율성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구성원들 간의 평등을 확보해 줄 복지제도의 확충이 중요하다. 장교수는 영국사회에 대해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정부에게 복지지출을 확대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이상하게 들릴 것이다. (…) 하지만 복지의 후퇴로 인한 ‘공정한 풍토’의 훼손이 가져올 장기적 부작용에 대해 심사숙고 해야 한다”며 지나친 긴축정책이 몰고 올 문제점에 대해 경고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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