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광화문점이 5개월 간의 리노베이션 공사를 마치고 지난 27일 다시 문을 열면서 ‘책공방’이라는 이름으로 주문형 출판(publishing on demandㆍPOD) 서비스를 시작했다. 품절됐거나 절판돼 구할 수 없는 책을 주문하면 종이책으로 만들어주는 서비스다.
국내 출간 도서 10권 중 4권은 품절 상태다. 교보문고 POD는 품절 도서뿐 아니라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의 콘텐츠, 개인이 찍은 사진이나 시를 모은 책도 만들어준다. 국내 최초의 본격적인 POD 서비스인데다, 대형 유통업체인 교보문고가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국내 POD 활성화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POD는 컴퓨터로 작성된 파일을 디지털인쇄기로 보내 바로 인쇄한다. 그만큼 빨리 책을 만들 수 있다. 교보문고의 POD 서비스를 이용하면 보통 이틀, 길어도 1주일이면 완성된 책을 받아볼 수 있다. 단 1권도 만들어준다. 선주문 후제작 방식이기 때문에 출판사의 경우 만들어 놓은 책이 안 팔려서 고민할 필요가 없다. POD 도서의 저작권 문제는 교보문고가 출판사와 협의해서 처리한다.
세계적으로 상업적 의미의 POD가 등장한 것은 1993년 미국 기업 아이펙스와 제이콘이 각각 POD용 디지털인쇄기를 내놓으면서부터. 한국에서 그동안 POD는 활발하지 않았다. 개인 포토북이 주종을 이루고 학원 교재, 학술 논문, 대학 교재 등에 일부 쓰였을 뿐 절판됐거나 품절된 책을 되살리는 서비스는 없었다.
반면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에서는 최근 2~3년 사이 POD가 급증하는 추세다. 경기침체로 출판시장이 위축되자 출판사들이 위험 부담이 큰 대량 출판보다 소량 다품종 생산이 가능한 POD에 주목한 것이다. 옵셋인쇄보다 인쇄와 제본의 질이 떨어지던 POD 책의 문제점이 기술 발달 덕분에 많이 해결된 것도 POD 증가의 요인이다. 미국의 경우 전체 도서 중 POD 책이 2008년 3%에서 2012년 8%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 메이저 출판사인 랜덤하우스와 하퍼콜린스도 절판된 책을 POD로 제작하고 있다.
영국의 블랙웰 서점은 2009년 4월부터 매장에 POD 기계인 ‘에스프레소 북 머신’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원하는 책을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인쇄와 제본까지 5분 안에 만들어져 나오는 기계다. 영국의 랜덤하우스, 캠브리지대학 출판부도 절판 도서나 희귀본을 POD로 서비스하고 있다.
POD는 책을 내기 힘든 신진 작가나 작은 출판사에게는 돌파구이기도 하다. 예컨대 2009년 미국 책 는 POD의 성공 사례다. 기존 출판사가 거절한 원고를 POD 서비스 업체를 통해 낸 것이 크게 인기를 끌자 메이저 출판사인 사이먼&슈스터가 재출간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순위에 12주 이상 올랐다.
교보문고는 내년 2월 에스프레소 북 머신을 들여온다. 외국도서 POD 서비스는 연말에 시작한다. 하나의 책에서 독자가 원하는 내용만 뽑아서 만드는 ‘콜렉션 북’ 서비스도 이르면 연말부터 선보일 계획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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