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990년대 일본처럼 장기침체에 빠져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30일 경고했다.
올해 초 반짝 회복조짐을 보이던 미국 경제가 최근 주택판매가 다시 하락하고 실업률은 오르면서 2분기 경제성장률도 1.6%로 1분기에 비해 2.1%포인트 급락했다. 특히 물가도 다시 하락하기 시작해 디플레이션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미국 경제가 일본식 장기침체에 직면해 있지만 빠져나가려는 노력을 찾기 힘들다”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경제인식이 안일함을 공격했다. 가뜩이나 과도한 재정적자를 안고 있는데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민 혈세를 무분별하게 낭비한다”는 공격을 받기 꺼리는 현 정부가 임박한 경제위기에도 과감한 재정투입 보다는 수출촉진이나 금융 회계기준 수정 등 미봉책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6개월 전까지도 미국이 일본식 장기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을 부인했던 앨런 블라인더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부총재마저 “정치시스템의 마비로 미국이 일본식 불황에 빠져들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 현 상황에서 추가 경기부양책은 “혈세로 무책임한 금융기관과 채무자들만 구해줄 뿐”이라는 일부 공화당 의원들의 편협한 시각 때문에 정부가 과감한 개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 역시 과감한 부실정리를 통한 문제해결 보다는 채무능력이 없는 주택채무자의 상환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인기영합 정책으로 침체를 장기화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냈던 경제학자 브루스 바틀렛은 “대선이 있는 2012년까지 공화당은 미국 경제가 침체기에 있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에 현정부의 어떤 경기부양책도 반대할 것”이라며 “현재 미국 상황은 막다른 길에 몰려있다”고 진단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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