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사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이 공동 주최하는 문장청소년문학상 2010년 7월 시 장원에 박수빈(광주 경신여고ㆍ필명 박 Soul)양의 ‘정박’이 뽑혔다. 이야기글에서는 문하나(부산서여고ㆍ필명 윈드웨이)양의 ‘그와 나의 1분 37초’, 생활글에서는 조예지(전남 왕의중ㆍ필명 비기닝)양의 ‘시험을 보다’, 비평ㆍ감상글에선 이정환(고양예고ㆍ필명 팽글)군의 ‘청소년 문학의 현실’이 각각 장원에 뽑혔다. 당선작은 ‘문장 글틴’ 홈페이지(teen.munjang.or.kr)에서 볼 수 있다.
정박
박수빈(필명 박 Soul)
폐유냄새 몰고 온 바람들이 쏘다니는 부둣가
사내의 배는 여전히 부두에 대어져 있다
안개가 풀어놓은 새벽
등대의 먼 불빛마저도 길을 잃는다
물안개마냥 스며드는 비릿한 공기가
사내의 해진 외투 주머니에서 만져진다
타지에 두고 온 가족들 생각이 실린 배에 앉아
출항하기만을 기다리며
사내는 그물 한 땀 한 땀에 옭매어있는
물소리를 매만진다
허공에 스멀스멀 피어오른 안개는
사내의 눅눅한 담뱃불과 함께 타들어간다
밀려온 바다의 켜켜마다 번져있는
물때를 놓쳐버린 불빛은
사내에겐 더러운 해감 같은 것
물 먹은 솜처럼 젖은 그늘을 주워 올리는
사내의 닳아진 소매 끝이
낡아버린 돛처럼 흔들거리고
녹이라도 슨 듯 종일 삐걱거리는 사내의 시간
사내의 눈동자에 포말마냥 일다가 사라진다
해안선 타고 온 시린 바람이 자맥질하는 풍경을
갈매기가 등에 업고 날아간다
사내가 안개 낀 부둣가를 서성이고 있다
▦심사평
출항과 조업보다 더 내밀한 기다림의 시간이 정박인가 보다. 한 어부 사내의 바다에 기댄 생업의 현장이 안개와 바람과 물소리 속에 잘 삼투되어 있다. 어부가 낡은 그물에 ‘옭매어있는/ 물소리를 매만지’듯 화자도 퇴락한 풍경의 속내를 종요롭게 매만지고 있다.
유종인ㆍ시인
*한국일보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은 ‘2010 문장청소년문학상 연중 온라인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장 글틴’ 홈페이지의 ‘쓰면서 뒹글’ 게시판에 시, 이야기글, 비평ㆍ감상글, 생활글을 올리면 됩니다. 문학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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