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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장관 후보 줄사퇴/ MB, 與지도부 주말회동 전격 취소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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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장관 후보 줄사퇴/ MB, 與지도부 주말회동 전격 취소 '결단'

입력
2010.08.2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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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총리 후보자 사퇴는 27일 밤에서 28일 낮 사이에 결정됐다.

김 총리 후보자는 27일 밤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만나 "이명박 대통령께서 내세운 국정운영 기조인 '공정한 사회'에 걸림돌이 될까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최악의 상황도 받아들이겠다는 첫 사퇴 시사였다.

이후 이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졌고 결국 28일 낮 이 대통령의 최종 결심이 섰다. 동시에 28일 저녁 예정됐던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 핵심 지도부간 회동도 취소됐다. 당초 한나라당 지도부와의 회동은 이번 일과는 무관하게 잡혔으나 이 대통령이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에 대한 당의 협조를 부탁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알려졌었다.

24. 25일 이틀간의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끝난 뒤 여론은 가파르게 악화됐다. 언제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처음 만났는가를 두고 김 후보자가 여러 번 말을 바꾼 게 화근이었다. 김 후보자는 당초 "2007년 이후 박 전 회장과 만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2006년 가을 김 후보자와 박 전 회장이 골프 회동을 가진 사실을 공개하자 김 후보자는 "2006년 가을부터 박 전 회장과 아는 것 같다"고 답변했다. 27일 오전에는 김 후보자와 박 전 회장이 2006년 2월 한 출판기념회에서 나란히 서서 찍은 사진마저 공개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진행된 확대비서관회의에서 "'공정한 사회'의 실천이 중요하다"며 "나 자신부터 돌아보겠다"고 의미심장한 언급을 내놓았다. 오전 10시 시작된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는 '김태호 불가론'이 봇물을 이뤘다. 발언에 나선 의원들 대부분이 "국민의 실망이 분노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다음 총선을 우려하는 수도권 친이계 의원들이 반대 여론을 주도하자 당 지도부는 크게 당혹했다. 이 분위기를 전달받은 청와대 정무라인은 심상치 않은 상황을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즈음 한나라당에서는 최고위원 대부분도 불가론에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밤 임태희 대통령실장, 정진석 정무수석이 서울 모처에서 김 후보자를 만났다. 김 후보자는 "(내게) 문제가 있었다면 총리직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내 자신의 경력, 처신 등에서)자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게 현정부에 기여하는 것 아니냐"며 "내 거취에 대해 대통령께 말씀을 드려달라"고 말했다.

28일 오전 중 청와대 참모진은 심각한 상황을 정리해 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참모진의 의견을 청취한 뒤 김 후보자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낮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 핵심 지도부와 이날 저녁 갖기로 했던 회동을 취소했다. 이 대통령의 최종 결심은 이 때쯤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당 지도부 의견수렴 절차를 생략한 채 사퇴를 결정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는 30, 31일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를 통해 상황을 수습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와 이재훈 지식경제부장관 후보자의 사퇴 문제도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29일 오전 10시 김 후보자는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 의사를 국민들에게 밝혔다. 임태희 실장은 "이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공정한 사회'가 돼야 선진국가가 될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견지하고 있다"면서 이 대통령이 김 후보자 사퇴 의사를 수용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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