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에게는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그리고 교보문고다. 새로 생긴 광장도 있고, 이순신 동상도 있고, 정부종합청사도 있지만 이 셋이 먼저다. 이런 생각 때문이다. '광화문은 역사의 문이고, 세종문화회관은 문화의 문이며, 교보문고는 지식의 문이다. 역사에서 과거를 배우고, 문화에서 현재를 느끼고, 책에서 미래를 읽는다. 얼마나 절묘한 연결인가.'광화문이 역사를 바로 세워서 광복 65주년에 문을 열자,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교보문고도 27일 새 단장을 하고 문을 열었다.
■ 광화문 교보문고가 처음 문을 연 것은 30년 전. 사람들은 놀랐고 의아해 했다. 비싼 땅에 저렇게 큰 서점이라니. 그러나 교보문고의 생각과 마음은 달랐다. 돈도 돈이지만, 도심 한복판에 복합지식 문화공간을 만들어 보자. 책만 빼곡하게 꼽아놓고 파는 기존 서점의 개념을 무너뜨려 책과 책이 만나고, 책과 사람이 만나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 교보문고는 그렇게 출발했고, 30년 동안 그렇게 이어져왔다. 내친 김에 크기에 대한 욕심도 내 1991년에는'단일 층 세계최대 면적, 없는 책이 없는 서점'을 위해 1년간 문을 닫았다 열기도 했다.
■ 교보문고라고 마냥 박수만 받은 것은 아니다. 대형서점의 등장을 자극해 동네 작은 서점의 몰락을 부채질했다는 비난도 받았다. 독과점을 이용해 출판시장을 왜곡하고, 책 장사로 엄청난 수익을 올린다는 오해도 받았다. 그럴 때마다 교보문고는 억울했다. 매출액은 커 보이지만 처음부터 순이익은 제로에 가까운 사업. 게다가 온라인서점의 무자비한 할인공세로 서점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문화공간으로서의 자부심과 사회공헌 의식이 없다면 이번에 광화문 교보문고가 다시 단장해'꿈꾸는 사람들의 광장'으로 문을 열 수 있었을까.
■ 그 광장은 밝고 여유롭다. 천장은 높고, 통로는 널찍하며, 한 눈에 책과 그 책과 만날 사람을 존중하는 모습이다. 대부분의 책들이 얼굴(표지)을 드러내 보이고, 각 코너마다 책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공간이 있다. 책에 관한 어떤 기억도, 흔적도 소중히 키워주려 한다. 가는 길(정보)은 디지털로 더 빨라졌지만, 그 끝은 변함 없이 '종이 책의 향기'이다. 그래서인지 문 열고 사흘 동안 20여 만 명이 다녀갔다. 그만큼 광화문에 미래를 위한 지식의 광장이 그리웠다는 얘기다. 불과 5개월의 짧은 중단이었을 뿐인데도 불구하고.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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