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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와 조각의 이색 만남… '답답한 틀'을 깨다/ 김남표·지용호 공동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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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와 조각의 이색 만남… '답답한 틀'을 깨다/ 김남표·지용호 공동 전시회

입력
2010.08.2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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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말이 중심이 된 초현실적 풍경 그림에 인조털을 붙여 독특한 시각효과를 만들어내는 화가 김남표(40)씨, 폐타이어로 제작한 반인반수의 돌연변이를 통해 현대 물질문명을 비판하는 조각가 지용호(32)씨.

각기 뚜렷한 개성을 지닌 젊은 작가 두 사람이 공동 전시를 열고 있다. 지난 27일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나는 곧 나의 세계다_두 세계의 만남’전이다. 가나아트가 운영하는 작업실 장흥아뜰리에에서 이웃으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직접 기획했다. 김씨는 “지용호 작가의 작품이 지닌 강인한 힘과 역동성을 얻고 싶었다”고 했고, 지씨는 “회화와 색의 자유로움에 대한 욕망이 있었다”고 했다.

“가까이에서 작업 과정을 접하다보니 초현실적 분위기와 독특한 재료, 우연적이고 순간적인 판단 등 두 사람이 작품을 바라보는 관점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먼저 같이 전시를 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김남표) “워낙 작업 스타일이 달라 함께 전시했을 때 어울릴까 고민도 했지만, 조각의 틀 안에서 답답함을 느끼고 있던 참이었어요. 공동 전시를 준비하면서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다보니 다른 세상으로 갈 수 있는 문이 생긴 것 같습니다.”(지용호)

전시는 김씨의 얼룩말 그림과 지씨의 타이어 조각이 하나의 캔버스 위에 자리한, 협동 작품에서 출발한다. 각각의 작품 안에서도 서로의 모습이 드러난다. 김씨의 그림에서는 지씨의 대표작인 타이어 버팔로 조각의 형상이 얼룩말과 함께 등장하고, 지씨는 흰색 타이어를 사용해 김씨 그림의 주요 소재인 얼룩말 조각을 만들었다. 지씨가 지점토로 제작한 두 사람의 두상 ‘용호와 남표’도 재미있다. 김씨의 얼굴은 예상대로 흰색과 검정색의 얼룩말 무늬로 덮여있지만, 머리에 뿔이 달린 지씨의 얼굴은 뜻밖에 검은색이 아닌 화려한 원색이다. “늘 검은색 타이어만 사용하다보니 색에 대한 욕심이 생긴 것 같다. 앞으로 색을 활용한 새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뜻”이라는 게 지씨의 설명이다.

형태는 2인전이지만, 개인전 둘을 더해놓은 것 못지않게 각자의 작품들도 다채롭고 풍성하다. 얼룩말, 사자, 새 등 자연의 풍경과 구두, 핸드백, 자동차 등 도시의 풍경을 함께 배치한 김씨의 ‘즉흥적 풍경’ 시리즈는 이전 작업에 비해 색감이 짙어지고, 이미지도 강렬해졌다. 인조털을 캔버스에 붙인 뒤 즉흥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작업으로, 얼룩말의 등에서 폭포수가 쏟아져 내리고 신발 위에서 꽃이 피는 등 온갖 상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화면 가득 덮인 인조모피 위를 포크와 이쑤시개 등으로 긁어 표현한 풍경화 작업도 눈길을 끈다.

폐타이어를 잘라 붙여 만드는 지씨의 ‘뮤턴트’ 시리즈는 해외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변종 상어, 사자, 버팔로 등은 육중한 근육과 무시무시한 형상을 갖고 있지만, 검정색 아크릴 구슬로 만들어진 눈에서는 애잔함이 느껴진다. 현대인의 이기심이 낳은 비극에 대한 작가의 안타까움을 반영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지씨는 빨강, 노랑 등 색 타이어를 가미해 보다 생동감을 주는 신작들도 선보였다. 전시는 9월 12일까지 열리며, 이후 가나아트부산(9월 16일~10월 10일)으로 장소를 옮긴다. (02)720-1020

김지원기자 eddie@hk.co.kr

임재범기자 happyyj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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