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이나 무주택자들에게 보금자리주택은 내집마련의 희망이자 심하게 얘기하면 ‘로또’였지만, 건설사들에겐 ‘공공의 적’이나 다름없었다. 정부가 서울 강남을 포함해 수도권 요지에 시세의 50~80% 가격으로 양질의 아파트를 공급하다 보니, 민간 주택건설사가 짓는 아파트는 설 땅이 없어졌던 것. 일종의 ‘구축효과’가 발생했던 것이다. 때문에 건설사들은 DTI 규제완화 보다 보금자리주택을 손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결국, 정부는 이번 8ㆍ29대책에서 보금자리주택 계획을 일부 손질했다.
내용은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 물량을 줄이고 ▦사전예약 시기도 조정한다는 것. 또 1~3차 보금자리지구에서 4~6개의 지구를 지정했던 것과 달리, 올해 하반기 지정 예정인 4차 지구부터는 2~3개 지구만 지정하기로 했다.
보금자리지구 내 민영주택 공급비율(현행 25%)을 상향한 대목도 주목할 부분. 지금까지는 국민주택 규모(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공공 물량으로만 공급했지만, 앞으로는 민간 건설사가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만큼 민간건설사들의 일감이 늘어나는 셈이다. 2012년까지 전국에서 74만호를 공급하겠다는 큰 틀을 바꾸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주택건설업계가 그 동안 요구해 온 건의를 상당 부분 받아들인 모양새다.
사실 보금자리주택은 이명박정부 주택정책의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는 사항. 친서민정책과 맥을 같이 하는 만큼, 정부로서도 보금자리주택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정책이다.
그러나 2분기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이 최근 4년 평균에 비해 60% 이상 급감하는 등 극심한 거래 위축 현상이 계속되고, 시장 침체로 기존의 가격 경쟁력을 잃은 경기권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에서 대거 미달사태가 발생하자, 정부도 결국 입장을 일부 선회할 수밖에 없었다.
이영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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