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정치권 인사들의 악연이 질기도록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을 몰고 온 박 전 회장의 정치권 로비 스캔들 ‘박연차 게이트’는 결국 8ㆍ8 개각으로 화려하게 등장한 40대 김태호 총리 후보자를 낙마시켰다.
당초 정치권에선 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치를 것으로 예상했다. 경남 도의원과 거창군수, 경남지사를 두 차례 역임하면서 어느 정도 지역 여론의 검증을 거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24일 첫날 청문회에서 “2007년 이전에는 박 전 회장을 만난 적이 없다”고 자신있게 주장했다.
하지만 박 전 회장의 인연은 이내 그의 발목을 잡았다. 25일 민주당 박영선 의원의 집요한 추궁에 김 후보자가 “2006년 가을부터 알았다”고 말을 바꿨다. 27일 공개된 2006년 2월 박 전 회장과 나란히 찍은 출판기념회 사진이 공개되자 여론은 급격하게 등을 돌렸다.
‘박연차 게이트’는 이미 참여정부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노 전 대통령은 1988년 13대 총선 당시 친형인 건평씨를 통해 맺게 된 박 전 회장과 인연 때문에 대통령 퇴임 후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당시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린 노 전 대통령이 선택한 것은 투신자살이었다.
박 전 회장과 인연을 맺은 다른 정치권 인사들은 줄줄이 법정에 서야 했다. 민주당 소속 이광재 강원도지사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아 지난 6월 도지사 취임과 함께 직무가 정지됐다. 민주당의 서갑원 최철국 의원도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내놔야 할 처지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항소심에서 정치자금 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이끌어냈지만 법정을 오가며 박 전 회장과의 악연을 실감해야 했다.
경남 김해를 지역기반으로 중국과 베트남 공장에서 신발을 생산하는 태광실업의 창업자인 박 전 회장은 정치계 인사들과 두터운 교분을 나눈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뇌물공여와 탈세 혐의 등으로 수감된 뒤 지난해 병보석으로 풀려나 현재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는 상태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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