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낙마는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 경쟁 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발탁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차기 대선후보 경쟁 구도 관리’의 측면도 고려됐다는 게 일반적 해석이었기 때문이다. 후보군을 다자화해 경쟁을 유도하는 것은 대선 구도에 대한 현직 대통령의 영향력을 지속하는데 효과적이다. ‘40대 젊은 총리’를 발탁해 차기 주자군으로 키운다는 것에는 그런 의미도 담겨 있었다. 세대교체를 내세워 ‘김태호 총리’ 카드를 쓴 것은 여권 내 유력 차기 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김 후보자의 낙마에 따른 여권 내 차기 주자군의 득실을 당장 예측하긴 어렵다. 다만 우선적으로 박 전 대표에게 일정 부분 반사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박 전 대표는 별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친박계 의원들은 ‘김태호 총리’ 카드에 경계심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그런 와중에 김 후보자가 쉽게 낙마한 것은 박 전 대표의 ‘유력 주자’ 위상을 한층 공고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 박 전 대표는 김 후보자 사퇴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자고 일어나면 총리라고 나타나는데, 누군지 모르겠다”며 김 후보자의 급부상에 제동을 걸었던 김문수 경기지사도 득을 볼 수 있다. 친이계 중 일부가 김 후보자 쪽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었던 상황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박 전 대표에게 맞설 유력한 친이계 주자라는 이미지를 한층 더 굳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김 지사는 김 후보자의 사퇴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몽준 전 대표나 오세훈 서울시장 등의 경우엔 득실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도 경쟁자가 될 수 있었던 김 후보자가 대선주자군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 점은 나쁘지 않다.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는 이번에 득실이 교차했다. 빡빡한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여야 합의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이끌어낸 것은 성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김태호 총리, 이재오 특임장관’ 구도가 깨진 것은 그리 좋은 결과는 아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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