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의 산세를 그린 민화, 그리고 누군가의 뇌파 그래프가 찍힌 종이들. 서울 화동 PKM갤러리 입구 유리박스 안에 나란히 들어있는 이 두 가지가 배영환(41)씨의 개인전을 설명하는 열쇠다.
깨진 병조각으로 만든 샹들리에로 잠 못드는 현대인을 표현한 ‘불면증’을 비롯해 ‘노숙자 수첩’, ‘도서관 프로젝트’ 같은 공공미술 작업으로 한국 사회의 모습을 담아왔던 배씨가 이번에는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봤다. 나무와 도자 오브제를 활용한 신작에서는 전공인 동양화의 영향도 강하게 드러난다.
전시장의 나무판 위에는 작가의 손가락 자국이 선명한 작은 도자 조각들이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며 늘어서 있고, 참나무 테이블의 표면은 올록볼록 솟아있다. 전통 산수화 속 산봉우리와 계곡의 부드러운 선, 혹은 바다의 물결을 연상시키는 이 형상들은 배씨가 병원에서 촬영한 자신의 뇌파 그래프를 모티프로 삼아 즉흥적으로 흙을 빚어내고, 또 나무를 깎아낸 것이다. 조각칼과 끌로 나무의 결을 거칠게 일으켜 세워 거친 파도의 모습을 표현한 테이블 앞에서 배씨는 “내 자화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10월 1일까지. (02)734-9467
김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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