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이라는 신간 우화집을 읽는다. 줄거리인즉 주인공인 아이가 시험을 친다. 남쪽에서 서울로 전학 오는 시험이다. 감독 나온 야당학교 선생님들은 엄하게 감독을 한다. 여당학교 선생님들은 돌아가면서 아이에게 답을 가르쳐 주는데도 아이는 자꾸 틀린다.
남쪽 학교에서는 전교 회장에 늘 1등인 똑똑한 아이였다. 수도 서울과 남쪽은 학력 격차가 너무 심한가? '박씨 형님과는 언제 자치기 놀이를 했나요?' 기억력을 묻는 쉬운 문제가 나왔다. 아이는 2007년 하반기쯤이라 답을 적었지만 땡! 야당학교 선생님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거짓말이다.
정답은 2006년 10월 3일이었다. 아이가 남쪽 학교 전교 회장일 때 부회장 두 명과 동무해서 박씨 형님이 대장인 정산놀이터에서 자치기를 했다. 자치기 끝나고 박씨 형님 집에서 같이 목욕하고 밥을 먹었다. 나는 우화집을 읽다가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자치기 놀이는 으레 4명이 함께하는 놀이인데 아이는 왜 3명만 했을까?
혹시 같이 자치기 놀이에 1명이 있었다면 누굴까? 아이는 이틀 뒤인 10월 5일부터 추석방학인데 왜 단대목에 집안일 안 돕고 자치기 놀이를 갔을까? 난생 처음 봐도 학생회 간부라면 용돈을 듬뿍듬뿍 주는 박씨 형님인데 다른 날도 아닌 명절 코밑에 찾아온 동네 아이에게 용돈을 주지 않았을까? 우리 박씨 형님, 절대 쩨쩨한 분 아니다. 우화집 작가에게 따져야겠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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