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바라보는 창의 역할은 했는데, 세계로 나아가는 문의 역할은 미진했다는 점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김철리 서울공연예술제 예술감독이 지난 25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가졌던 ‘2010 가을, 공연에 미치다!’에서 했던 지적은 답을 준비하고 있었다. 세계 연극계의 흐름을 유추하는 세계연극올림픽, 공연예술의 세계 장터를 표방하는 아트마켓 등의 행사가 그 숙제에 답한다.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9월 1일~10월 30일), 서울국제공연예술제(10월 2일~11월 14일) 등 공연계의 가을 잔치마당에 이어 열리는 ‘2010 서울연극올림픽’과 ‘2010 서울아트마켓’은 우리 연극의 세계화에 박차를 가한다.
‘사랑’ 주제로 열리는 서울연극올림픽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의 협의로 ‘올림픽’이라는 명칭이 붙게 된 연극올림픽(Theatre Olympic)은 연극 정신의 본류를 탐구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1995년 이래 이어져오고 있는 국제적 행사다. 그리스(아테네 등) - 일본(시즈오카) - 러시아(모스크바) - 터키(이스탄불) 등지를 거쳐 이제 서울 안착을 시도한다. 각각 ‘비극’ ‘희망’ ‘민중’ ‘경계를 넘어’를 주제로 열렸던 행사는 서울에서는 ‘사랑’을 주제로 정했다. 연극올림픽 국제위원들의 작품으로 이뤄진 국제위원작 6편이 행사의 골간이다.
로버트 윌슨의 1인극 ‘크라프의 마지막 테이프’가 9월 24일 국립극장 네모극장에서 행사의 테이프를 끊는다. 이어 일본의 도가 스즈키 극단이 그리스 비극에서 소재를 따온 무대 ‘디오니소스’로 그들의 전통 예술 노(能)가 서양과 접목해 어떤 모습이 되는지를 보여준다(25일~9월 26일, 명동예술극장).
인도 극단 코러스레퍼토리씨어터는 입센의 마지막 작품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로 특유의 현란한 시각 효과를 만끽하게 한다(10월 22~24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그리스 극단 아티스는 배신, 분노, 광기, 복수, 자살 등 소포클레스가 다뤘던 비극적 주제들을 현대적 어법으로 풀어보일 ‘아이아스’로 고전의 현대화에 답안을 제시한다(10월 28~30일, 아르코예술극장).
이밖에 독일 베를린샤우뷔네 극단의 ‘햄릿’, 그루지야 베이스먼트시어터의 ‘파우스트’, 이스라엘 알렌키씨어터의 ‘지하철의 오르페우스’ 등 7편의 해외 공식초청작이 관객들의 시야를 넓혀준다.
국내 작품으로는 연희단거리패의 ‘바보각시’, 미추의 ‘적도 아래의 맥베스’, 산울림의 ‘고도를 기다리며’, 목화의 ‘분장실’과 ‘춘풍의 처’ 등 초청작으로 선정된 4편이 우리 연극의 현재를 일러준다. 국악뮤지컬집단 타루의 ‘오늘, 오늘이’ 등 공모선정작 9편, ‘내 심장을 쏴라’ 등 자유참가작 2편까지 합쳐져 13개국 48개의 무대라는 전체 그림이 완성된다. (02)747-2904
‘북구 공연예술’ 주제 서울아트마켓
쇼케이스, 부스 전시, 학술 행사, 네트워킹. 전형적인 박람회의 풍경이다. 예술경영센터와 국립극장이 주관하는 공연예술 장터인 ‘2010 서울아트마켓’은 제6회인 이번 행사의 초점을 낯선 북구의 공연 예술로 잡았다.
북구의 공연을 쇼케이스 형태로 소개하는 이번 행사의 제목은 ‘노르딕 포커스’. 덴마크 공연예술계 최고의 상으로 꼽히는 로이메르트 상을 수상한 ‘낙인’ 등 세 무대는 각각 나름의 독특한 무대어법으로 그간 경험해 보지 못한 충격을 선사한다.
현지의 주요 공연 관계자들이 북구 공연예술의 현황을 소개하고 질의응답하는 시간도 갖는다. 국내 출품작으로는 연극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 등 2편, 무용 ‘다크니스 품바’ 등 4편, 음악 ‘거문고 Metamorphosis하라!’등 4편, 복합장르 ‘천변살롱’ 등 3편이 참가한다.
서울아트마켓은 지난 2005년부터 다섯 차례 행사를 진행해 오는 동안 부스 전시까지 합쳐 모두 91개 작품을 선보였다. 올해는 해외 150여명, 국내 1,300여명의 관계자들이 참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02)708-2273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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