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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한국고전문학전집 첫선… 옛 친구 만난 듯 반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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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한국고전문학전집 첫선… 옛 친구 만난 듯 반가워

입력
2010.08.2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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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시절 학교 도서관 서가에서 우연히 ‘숙향낭자전’이라는 조선시대 소설을 발견해 읽은 적이 있다. 오래 동안 잊고 있던 책인데, 출판사 문학동네가 이번에 펴낸 한국고전문학전집 1차분에 들어간 것을 보고 옛친구를 다시 만난 듯 반가웠다. 비극적인 러브 스토리다. ‘로미오와 줄리엣’만 알던 터에 ‘숙향낭자전’은 새로운 세계였다.

문학동네의 한국고전문학 1차분은 숙향전과 함께 묶은 이 작품 외에 등 9종 10권이다. 국문학자와 한문학자 50여명이 참여해 매년 10~15권씩 총 100권을 낼 계획이다. 옛말의 맛과 문체를 살리면서도 요즘 언어로 쉽게 풀어 쓰려고 애썼다고 한다.

세계문학전집은 최근 민음사, 시공사, 창비, 을유문화사 등 국내 여러 출판사가 앞다퉈 펴내고 있지만, 한국고전문학전집이 나오기는 처음이다. 진작에 나왔어야 할 책이다. 우리 것만 유독 편애할 건 없지만, 외국 것만 알고 우리 것은 무엇이 있는지도 잘 모르고 지내는 것이 개운하진 않다. 이 전집의 편집위원들은 “우리 고전을 재발명하는 것이야말로 세계문학의 인식론적 지도를 바꾸는 일이라는 소명감으로 임했다”고 밝히고 있다.

고전은 박물관 전시용이 아니다. 지금 우리 곁에서 살아 숨쉬어야 한다. 고전을 통해 옛사람을 만나고 그 시절 삶을 가늠해보는 것은 고답적인 취미가 아니라 오늘의 뿌리를 알고 더 잘 이해하는 데 요긴한 일하다.

한국고전과 외국고전이 나란히 나오고, 고전문학과 현대문학이 고루 읽히는 것은 문화 생태계를 풍요롭게 가꾸는 일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 독자의 역할이 중요함은 말할 것도 없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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