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이자 번역가, 신화연구가 이윤기씨가 27일 오전 9시50분께 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63세.
이씨는 지난 25일 오전 경기 양평군 자택에서 심장마비를 일으켜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
1947년 경북 군위군에서 태어난 이씨는 197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베트남전 참전 경험을 모티프로 쓴 단편 ‘하얀 헬리콥터’가 당선돼 등단했다. 이후 번역에 전념하다 199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창작에 나선 그는 장편소설 (1994) (2003), 소설집 (1988) (1999) (2000) (2004) 등을 발표했다. 1998년 중편소설 ‘숨은 그림 찾기1’로 동인문학상, 2000년 로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문학평론가 권명아씨는 “이씨는 고대 서사시처럼 세계와 투쟁하며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주인공을 내세워, 힘있고 절제된 문장으로 인생과 사랑의 가치를 탐문했던 작가”라고 말했다.
이씨는 그리스 로마 신화 전문가로도 명성을 얻었다. 토마스 벌핀치의 와 그 원본인 오비디우스의 를 번역한 그는 2000~2004년 독자적 관점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재구성한 (전3권)를 출간, 한국사회에 ‘신화 열풍’을 일으켰다. 신화와 고대 종교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그는 고전어를 배우기 위해 늦은 나이에 신학대에 진학하기도 했으며, 미국 미시건주립대 종교사 초빙연구원, 같은 대학 비교문학 객원교수를 지냈다.
이씨는 200여 권이 넘는 번역서를 낸 일급 번역가이기도 했다. 그가 번역한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 움베르토 에코의 등이 독자들의 큰 사랑을 얻었다. 2000년 대한민국번역가상을 받았다.
이씨의 갑작스런 별세 소식에 문단과 출판계의 애도가 이어졌다. 그와 절친했던 출판인ㆍ디자이너 정병규씨는 “형제 같은 사이였다”며 말을 잇지 못했고, 소설가 김영하씨는 트위터를 통해 “입심 좋은 작가로, 탁월한 역자로 살아오신 한 생이 이렇게 문득 막을 내리다니 안타깝다”라고 애도를 표했다.
유족은 부인 권오순(56ㆍ화가)씨와 아들 가람(31ㆍ사진작가), 딸 다희(30ㆍ번역가)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삼성병원. 장례는 경기 양평군 고인의 자택 겸 작업실 정원에서 수목장으로 치러진다. 발인 9일 오전 5시 30분. (02)3410-6901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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