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리를 뽑는 민주당 대표 경선이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의 출마 선언으로 27일 사실상 막이 올랐다. 일본 주요 언론은 정치자금문제로 불과 1년 전 대표에서 자진 사퇴하고 최근 간사장직까지 내놓은 오자와의 복귀를 한결같이 비판하고 있다.
간 총리는 30일이나 31일께 기자회견을 열어 당 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계획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간 총리는 "지금은 엔고를 비롯해 경제적으로 심각한 상황인 만큼 경제대책의 기본방침을 정한 뒤 출마 회견을 갖겠다"고 말했다. 간 총리는 또 전날 밤 측근 의원들에게 "오자와에 의존해야 할 것인지, 이를 뛰어넘을 것인지 시대의 분기점에 서 있다"며 탈오자와 노선에 변함이 없음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자와 전 간사장도 다음 주 기자회견을 열어 정책 등을 설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앞서 오자와 전 간사장은 전날 경선 출마 표명 직후 요코미치 다카히로(橫路孝弘) 중의원의장, 니시오카 다케오(西岡武夫) 참의원의장 등 당내 핵심 의원들에게 전화로 지지를 요청했다. 하타(羽田) 그룹 대표인 하타 전 총리, 옛 사회당계의 핵심 의원인 아카마쓰 히로타카(赤松廣隆) 전 농림수산장관 등을 찾아가 지원을 호소하는 등 중도 세력 끌어들이기에 선수를 치고 나섰다.
일본 언론들은 이날 오자와 전 간사장의 경선 출마 표명을 일제히 비판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열린 입이 닫히지 않는다'는 사설에서 "정치자금문제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간사장을 사직한 지 3개월도 지나지 않은 데다 국회 해명도 하지 않고 검찰심사회의 '기소' 결론까지 받은 처지"라며 오자와 전 간사장의 경선 출마 자격을 문제 삼았다. 이 신문은 같이 물러난 하토야마(鳩山) 전 총리가 "대의" 운운하며 오자와 지지를 표명한 데 대해서도 "질렸다"며 혀를 내둘렀다.
마이니치(每日)신문 역시 '대의 못 갖춘 오자와 출마'라는 사설에서 "불과 2개월 반 전 정치자금문제의 책임을 지고 '깨끗한 정치' 실현을 위해 물러난 인물이 사실상 총리 선출인 대표 경선에 출마하는 것은 문제가 적지 않다"고 비판했다.
경선 출마 표명 직전 오자와측이 하토야마 전 총리를 중재자로 간 총리에게 현정권 내 반오자와의 선봉인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관방장관 등의 경질을 요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여론 역시 오자와의 밀실정치 행태가 되풀이되고 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이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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