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처음 만난 시점을 허위로 밝혀온 사실이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나면서 '박연차게이트' 연루 의혹이 다시 불붙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의 부실수사'의혹을 제기하며 특검도 거론하고 있어 사태의 파장이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김 후보자는 2007년 4월 미국 뉴욕 음식점 강서회관에서 박 전 회장의 돈 수만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당시에는 (박 전 회장과) 일면식도 없었다"고 해명해왔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가 "2007년 하반기에야 박 전 회장을 알게 됐다"고 여러 차례 밝힌 것도 자신의 무관함을 강조하기 위한 '알리바이' 였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25일 이틀째 청문회에서 "2006년 10월3일 박 전 회장 등과 골프를 쳤다"는 사실을 시인하며 그간 본인의 주장을 뒤엎었다. 동시에 유력한 알리바이도 무너져 내렸다.
민주당은 김 후보자의'말 바꾸기'가 단순한 기억의 혼선이 아니라 고의적 은폐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박영선 의원은 26일 "김 후보자가 2006년 골프회동을 숨겨온 것은 2007년 4월 뉴욕에서의 돈 수수 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전 회장과의 첫 만남을 2006년 10월 이전으로 재구성하면, 김 후보자의 2006년 6월과 8월 두 차례의 베트남 방문 행적도 의심의 대상이 된다. 전자는 베트남 동나이성과 자매결연 10돌 기념행사 참석을 위한 공적 방문이고, 후자는 사적 방문이었다. 김 후보자는 그간 "베트남에서 박 전 회장을 만난 적 없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첫 만남의 시점이 2006년으로 당겨지면서 과연 그러했을까라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특히 2006년 8월은 검찰이 이광재 당시 민주당 의원이 베트남을 방문해 박 전 회장으로부터 5만달러를 받았다고 밝힌 시점과 일치한다. 박영선 의원은 "김 후보자가 당시 베트남 방문에 박 전 회장과 호형호제하는 마애사 주지 무진스님과 동행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에게 면죄부를 주기에는 검찰 수사가 너무 부실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박 전 회장과의 친분관계 등 행적에 대해선 제대로 조사가 되지 않았다는 것은 어제 김 후보자의 청문회 답변에서도 확인됐다" 며 "이런 식이라면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8ㆍ8 개각 인사청문 대상자에 대한 자진 사퇴 압박 공세를 이어갔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4+1, 즉 이명박 정부의 4대 필수과목인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병역기피에 더해 논문표절에 해당되는 후보자는 어떤 경우에도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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