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6일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지난 5월 방중한 지 3개월여 만에 이뤄지는 방중은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을 평양으로 불러놓은 상황에서 진행돼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로 인해 김 위원장의 방중 목적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새벽 0시를 넘어선 직후 전용열차 편으로 북한 자강도 만포시에서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 쪽으로 국경을 넘어 방중길에 올랐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지린성 지린시에 도착, 김일성 주석이 1927년부터 2년 반 동안 다녔던 위원(毓文)중학교와 항일유적지인 베이산(北山)공원을 방문했다고 중국 소식통들이 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부주석은 현지에서 김 위원장을 영접한 뒤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방한한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6자회담 수석대표는 김 위원장 방중을 묻는 한국 기자들의 질문에 "중국과 북한은 가까운 나라이고 우호관계를 맺고 있어 지도자와 국민이 방문하는 것은 정상적"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5월 김 위원장 방중 당시 장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북중간에는 고위층 상호방문 전통이 있다"고 밝힌 것과 흡사한 답변이다.
김 위원장은 27일 열차편으로 지린성 창춘(長春)으로 이동, 중국 동북 3성 개발 프로젝트인 창춘_지린_투먼 경제개발 사업 관련 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의 동선과 최종 행선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관측통들은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 톈진(天津) 등을 거쳐 베이징(北京)을 방문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현 방중 루트가 기존의 신의주_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 루트를 크게 우회해 베이징으로 가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베이징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북중 정상회담이 진행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베이징 방문과 북중 정상회담도 생략한 채 동북3성에서만 일정을 소화한 뒤 귀국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김 위원장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간 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북핵 문제 등 한반도 정세, 북중 관계 강화 방안, 대북 원조 및 북한 경제 지원 등이 의제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청와대 당국자는 "며칠 전부터 방중 징후를 포착했다"며 "이날 새벽 0시 대에 김위원장의 전용열차가 지안(集安) 쪽으로 넘어간 것으로 확인했고, 우리 정부 실무진들은 김위원장이 열차에 탑승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위원장은 방중길에 후계자인 3남 김정은을 대동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당국자들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방중에는 특이한 점이 많다. 김 위원장은 관영 매체를 통해 자신의 평양시 평양곡산공장 현지 지도 보도를 내보내는 와중에 방중길에 올랐다. 김 위원장이 한 해에 두 차례 방중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방문지를 사전 답사하는 북한 실무팀 활동도 없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번 방중을 "뜻밖의 일"로 평가하면서 방중 목적 분석에 애를 먹고 있다. 너무도 이례적이어서 '특수 목적'의 방중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 방중 목적을 대체로 김정은 후계체제 공고화, 천안함 국면 탈출을 위한 대중 공조 필요성, 북핵 문제 및 6자회담 재개 논의, 수해 복구 및 식량난 해소를 위한 중국의 경제 지원 확보 등의 맥락에서 짚어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건강 관련설을 제기하나 김 위원장의 중국 내 행보로 미뤄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이 내달 초 열릴 북한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의 후계체제를 공식화하기 위해 중국의 지지를 얻어내려고 한다는 분석이 많다. 다른 쪽에서는 "천안함 국면이 해소되는 상황에서 출구전략을 마련하면서 북핵 문제에서 새로운 접근을 하려는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모든 측면에서 너무도 이례적이어서 방중 목적을 신중하고도 다각적으로 파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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