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크. 그 얼마나 오랜 세월, 폼 잡는 데이트 메뉴의 정상에 있었던가. 가족 외식은 흔해졌지만 “한번 썰자”는 말에 아이들은 또 얼마나 가슴이 뛰는지. 어쩐지 집에서 요리하기엔 어렵다는 생각에 스테이크는 늘 고급 외식 메뉴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요즘은 오븐이나 그릴을 갖춘 가정도 적지 않아 스테이크에 도전 못할 이유가 없다. 횡성에서 직접 공수해온 한우로 스테이크를 선보이고 있는 레스토랑 테이스트앳(taste atㆍ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오희영 셰프는 “고기의 등급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굽는 요령이 스테이크 맛을 좌우한다”고 말한다. 그로부터 스테이크 맛있게 굽는 요령을 알아봤다.
스테이크 요리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먼저 프라이팬에 표면만 구운 뒤 오븐에서 익히는 팬프라잉과, 오븐을 쓰지 않고 직화로 굽는 그릴링이다. 팬프라잉이 육즙 손실이 거의 없어 고기 본연의 맛을 강하게 풍기는 반면 그릴링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익숙한 ‘불맛’을 즐길 수 있다. 어떤 방법이든 고기의 육즙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요리 비결인데, 그러려면 불 조절에 능해야 한다.
먼저 팬프라잉의 경우에는 2~2.5㎝ 두께로 썬 소고기의 표면에 소금과 후추를 충분히 뿌린다.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달궈서 기름온도가 섭씨 140도에서 고기를 올려야 표면이 순식간에 응고돼 육즙이 빠지지 않는다. “기름에서 살짝 연기가 나기 시작할 때 고기를 올려 치이 소리가 나면 제대로 온도를 맞춘 것”이다. 여기에 버터를 하나 넣고 고기를 뒤집어서 양면과 옆면을 모두 갈색으로 코팅하듯 익혀준다. 그런데 자칫하면 고기가 탄다. 오 셰프는 “프라이팬을 불 위에 놓았다 뺐다 하면서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버터 기름이 갈색이 됐을 때 고기를 빼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 수준을 지나치면 고기가 타서 발암물질이 생긴다.
프라잉한 고기를 300도로 예열한 오븐에 3~4분(미디엄 기준) 구우면 맛있는 스테이크가 완성된다. 중간에 한번 뒤집어 주면 좋다.
순식간에 고기 표면을 익혀내는 속도전이 팬프라잉의 관건이라면 그릴링은 뒤집는 타이밍을 제 때 맞추기가 어렵다. 먼저 고기에 식용유를 골고루 발라 그릴이 충분히 달궈졌을 때 고기를 올린다. 오 셰프는 “그릴 위에 손을 올려보아서 달궈진 열기가 느껴져야 한다”며 “가장 흔한 실수 중 하나가 덜 달궈진 그릴에 고기를 올리는 것인데 이러면 육즙이 모두 빠져나가 맛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고기는 한 면이 2번씩 불에 닿도록 3번만 뒤집는다. 옆면도 살짝 굽는다. 스테이크 고기의 격자무늬가 바로 그릴이 두 번 닿은 자국인데, 이렇게 격자무늬는 만드는 것도 육즙이 덜 빠지도록 하는 것이다.
문제는 겉만 보고 얼마나 익었는지를 어떻게 아느냐는 것. 굽는 시간이 총 7~8분(미디엄 기준)이 걸리는데 사실 이 시간이란 것이 고기의 두께와 굽는 정도에 따라 달라지므로, 부단히 구워본 경험으로 알 수밖에 없다. 오 셰프는 처음 스테이크에 도전하는 이들을 위한 교과서적 지침을 알려준다. 고기를 눌러봐서 얼마나 말랑말랑한지를 느껴보는 것이다. 오른쪽 엄지손가락 아래쪽의 두툼한 손바닥살을 왼손 손끝으로 눌렀을 때 느낌 정도라면 고기가 익은 정도는 레어, 검지를 손바닥에 대고 눌렀을 때의 느낌 정도라면 미디엄, 검지와 중지를 함께 대고 눌렀을 때의 느낌이라면 웰던이다. 웰던으로 구울 때는 표면만 타고 속은 안 익는 일을 막기 위해 뚜껑을 덮어주는 것도 요령이다. 다 익은 고기 위에 소금과 후추를 뿌린다. 이제 썰자!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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