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추진해 온 1조원의 해외 채권발행 계획을 무산시켰다.
재정부 관계자는 26일 “국내에서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LH가 해외에서 채권 발행에 나설 경우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며 “발행 요청이 들어와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공공기관이 해외차입을 하려면 재정부와 사전 협의를 거쳐야만 하기 때문에, 재정부가 반대하면 LH의 채권 발행은 불가능하다.
재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공기업이나 은행의 해외 차입을 억제하고 있다. 환율 급락 등 외환시장에 급격한 쏠림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LH가 현 상황에서 꼭 외화를 들여와야 할 이유가 없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차입이 정부 반대로 사실상 무산됨에 따라 LH는 연 4.72% 이상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토지수익연계채권 발행을 통해 국내에서 자금을 확보할 수 밖에 없다.
이에 앞서 LH는 지난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추진한 1,000억원대 채권 발행이 투자자의 외면으로 무산되자, 이달 말까지 1조원을 해외에서 차입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한편 LH와는 달리 한국도로공사는 고정 금리 채권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긴 30년 만기 채권의 발행에 성공했다. 발행규모는 1,200억원으로, 금리는 4.98%, 6개월마다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도공은 이번 채권 발행으로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기존 부채를 상환해 약 9억원의 금융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