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2년 스코틀랜드 선교사 존 로스 목사에 의해 한글 성경이 처음 국내에 보급된 지 128년. 영국과 미국 등 외국 성서공회의 도움을 받아 성경을 국내에 보급했던 대한성서공회는 이제 매년 500만부의 성경을 전 세계 160여개 언어로 제작해 120여개 나라에 보급하는, 세계 성경 보급의 중심 기구가 됐다.
이를 반영하듯 전 세계 성경 번역과 보급을 주관하는 세계성서공회연합회(United Bible SocietiesㆍUBS) 세계대회가 다음달 서울에서 개최된다. UBS 세계대회는 소속 147개국 성서공회 대표들이 6~8년마다 한 자리에 모여 성경 보급과 활용 방안을 논의하는 성서 관련 최대 행사로 올해로 8회째다.
9월 20~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하나님의 말씀, 세상의 생명(God's Word, Life for all)’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대회에는 147개국 48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세계화 시대에 성서를 매개로 전쟁과 재난, 질병, 교육 기회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구촌 이웃들을 도울 방안을 논의하고 미래의 성서 보급과 활용 방안을 모색한다. 특히 올해는 18~25세의 각국 청년 대표 40명이 참여해 신세대가 요구하는 성서운동이 무엇인지를 논의하는 ‘청년대회’를 처음 열고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한국의 밤’ 행사도 한다. 대한성서공회 김순권 이사장은 “대한성서공회가 외국 성서공회들의 도움을 받던 데서 벗어나 도움을 주는 성서공회로 성장한 것을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게 됐다”며 “세계 교회 지도자들이 활발히 교류하는 민간 외교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1804년 영국성서공회가 창립된 후 각국으로 퍼져나간 성서공회는 성경을 세계 각국 언어로 원문에 충실하게 번역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보급하는 단체인데, UBS는 1947년 13개국 성서공회가 모여 설립했다. UBS의 지원 등에 힘입어 현재 전 세계 2,500여개 언어로 성경이 번역돼 있다.
우리 나라는 1895년 영국성서공회 조선 지부가 설치됐다가 광복 후 대한성서공회가 설립돼 UBS와 영국 및 미국성서공회의 지원을 받아오다 1979년 재정적으로 독립했다. 국내 개신교회 대부분은 대한성서공회가 1961년 출간한 ‘개역 한글판’이나, 1998년 내놓은 ‘개역 개정판’ 번역본 성경을 공통으로 사용하고 있다.
독자적인 인쇄소를 갖추고 있는 대한성서공회가 연간 출간하는 성경 부수는 800만부(국내용 300만부, 해외용 500만부)로 세계 최대 규모다. 권의현 총무는 “성서 제작 기술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각국 성서공회의 주문이 들어온다”며 “전 세계 성경 생산량의 15~18%를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성장을 바탕으로 대한성서공회는 1994년부터 UBS에 매년 100만달러를 지원하고, 아프리카ㆍ중동ㆍ아시아 등의 미자립 성서공회에 매년 10만~15만부씩 성서를 기증하고 있다. 중국 동포를 위해서도 지금까지 30만부 가까이 기증했다.
김 이사장은 “개신교 초창기 권서(성경을 등에 지고 방방곡곡을 다니며 보급하던 사람)들이 성경을 보급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글을 가르치는 등 성서공회 활동은 문맹 퇴치에 기여했다”며 “초창기 선교사들이 한국 기독교인들을 ‘바이블 러버(Bible Lover)’라고 본국에 보고할 정도로 한국인의 성서 사랑은 널리 알려져 있는데, 사람들이 성경의 가르침대로 살 수 있도록 더욱 힘쓸 것이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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