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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인사, 이제라도 엄격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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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인사, 이제라도 엄격하게

입력
2010.08.26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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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와 장관, 국세청장과 경찰청장 등 고위 공직 후보자 10명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린 지난 며칠 동안 대다수 국민은 절망과 분노를 느꼈다. 소위 파워 엘리트에 대한 혐오감이 팽배하고 있다. 염치가 사라지고, 위법이 생활화하고, 쉽게 거짓말을 하고, 청문회에서 망신 좀 당하더라도 출세를 하고 보겠다는 풍조가 청문회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앞서 국회 청문회에 나왔던 대법관 후보자는 아파트 청약을 위해 위장 전입한 사실을 인정했다. 인사청문회에서 아파트 청약이나 자녀 학군 때문에 위장 전입한 경우는 대개 본인의 사과로 넘어갔던 전례가 있지만, 대법관 후보의 위법사실을 저렇게 가볍게 넘겨도 되는가 라는 의문이 남았다. 무엇보다 본인의 태연함이 놀라웠다. 아마 많은 국민이 '위법행위를 한 대법관 후보'에 대해서 앙금이 남았으리라 생각한다.

온갖 의혹 다 쏟아져 나온 청문회

대법관 후보의 위장전입은 시작에 불과했다. 총리 장관 등 후보자 10명에 대한 청문회에서 지적된 의혹은 가지각색이다. 위장전입, 위장취업, 재산등록 누락, 부동산투기 의혹, 세금 탈루, 은행법 위반 등 온갖 위법 사실이 쏟아져 나왔다. 총리 후보는 "일면식도 없다"고 잡아뗐던 사람과 "골프만 쳤다"고 하루 만에 말을 바꿨다.

이번 개각에서 장관 후보들의 평균 재산이 전 내각에 비해 10억 이상 줄었다고 알려졌는데, 위법 행태는 재산 규모와 관련이 없었다. 학군이든 아파트 청약이든 이득과 필요가 있다면 주민등록법 위반쯤은 서슴지 않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인사청문회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는 가운데 "더 엄격한 인사검증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이제라도 철저한 사전검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청문회에서 지적되는 대부분의 의혹은 사전검증 과정에서 다 걸러져야 한다. 그렇게 하자면 개각 일정에 쫓기면서 발표 하루 이틀 전에 후보를 정하고, 본인에게 "뭐 걸릴 것 없느냐"고 묻는 식으로는 안 된다.

본인들도 문제다. 자신에게 위법 사실이나 도덕적인 문제가 있다면 고위 공직은 스스로 삼가야 한다. 그것이 국민은 물론 임명권자인 대통령에 대한 예의다. 청문회에서 망신을 당하더라도 "반성하고 사과한다"고 위기를 넘기면 그만이라는 출세지상주의는 천박하다. "내가 무슨 잘못을 하며 살아왔는지는 인사 청문회에 나가봐야 알 수 있다"는 우스개가 있듯이 자신도 미처 몰랐던 온갖 일들이 파헤쳐지는 곳이 청문회이긴 하지만, 자기검증을 통해 후보 수락 여부를 고민하는 염치가 있어야 한다.

적어도 두 세 명은 물러나게 해야

대통령은 자신이 임명한 후보들에 모든 것을 책임 질 수 없다. 그러나 철저한 사전검증 제도를 만들어서 적임자를 선택하는 것은 대통령의 책임이다. 그리고 발표 이후에라도 문제가 드러나면 주저하지 말고 사람을 바꿔야 한다. 임명 철회는 패배가 아니다. "더 엄격한 인사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다음 개각이 아닌 이번 개각부터 적용해야 한다.

적어도 두 세 명은 장관이나 청장으로 적합하지 않게 보인다. 고위 공직에 나설 사람의 경우 "용납될 수 있는 위법행위란 없다"고 보는 게 옳다. 그것이 청문회 제도를 채택한 정신이다. 티끌 하나 없는 후보를 찾긴 어렵더라도 문제가 많은 후보는 이명박 정부의 자존심을 걸고 물러나게 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 광복절 사면에서 "비리에는 사면 없다"던 국민과의 약속을 어겼다. '화합'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그 화합이 국민에게 무슨 도움이 되었는지 의문이다. 대통령이 시대정신을 읽었다면 사면권을 자제하는 최초의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다. 시대는 이미 자신의 이득을 위해 법을 어긴 사람을 공직자로 원하지 않고 있다. 어떤 대통령이 먼저 시대정신을 실천하느냐에 따라 역사가 달라진다. 임기의 반을 넘긴 이명박 대통령이 어떤 판단을 할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장명수 본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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