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천군에 있는 구 장항제련소 인근 일부 주민의 혈액과 소변에서 국제 기준을 웃도는 카드뮴이 검출됐다. 질병 수준은 아니지만 향후 신장질환 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군의회의 요청에 따라 2008년 3월부터 올 7월까지 구 장항제련소 반경 4㎞ 이내에 사는 주민 687명을 상대로 건강영향조사를 실시한 결과, 해당 주민의 24%인 165명에게서 세계보건기구(WHO) 노출 참고치(혈중 5㎍/ℓㆍ요중 5㎍/g크레틴)를 초과한 카드뮴이 검출됐다고 26일 밝혔다.
이 초과율은 제련소에서 15㎞ 이상 떨어진 지역에 사는 비교지역 주민 카드뮴 노출 수준의 6배에 이른다. 비교지역인 비인면에서는 주민 413명 중 4.1%(17명)만이 WHO 노출 참고치를 웃돈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기준 초과자 165명 중에서 건강 악화가 의심되는 60명에 대해 정밀 검진을 실시한 결과, 전체의 25%(15명)가 신장의 신세뇨관(소변에서 필요 성분은 재흡수하고 노폐물은 배출하는 조직) 미세손상(9명), 신장 기능 이상(5명), 골밀도 저하(1명) 등의 건강이상 증세를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구 장항제련소 주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신세뇨관 미세손상 발생 빈도가 높게 나타난 것에 비춰 이 증상이 카드뮴 노출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을 냈다. 이들은 그러나 신장기능 이상이나 골밀도 저하는 고령 당뇨 고혈압 등 여러 원인에 의해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만큼 현 시점에서 카드뮴을 주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함께 표명했다.
환경부는 일단 이번 조사 결과에서 구 장항제련소 주변 주민의 카드뮴 노출 개연성이 확인된 데다 신세뇨관 미세손상이 당장 약물 치료가 필요한 수준은 아니지만 신장질환 등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카드뮴 참고치 초과 주민과 건강이상 의심자를 상대로 정기건강검진을 하는 한편, 카드뮴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건 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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